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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입덧의 기억

[2016-04-14, 20:34:51] 상하이저널

공교롭게도 세 아이의 생일이 모두 11월과 12월에 걸쳐 있다. 한국 학교에 입학을 하며 아차 싶었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은 말하기가 빠르지 않은 아이들이어서 초3 때까지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정일이 다음 해 1월인 막내는 보름이나 빨리 태어나 생일이 12월 말이다. 막내가 태어날 때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억울하게 하루, 이틀 차로 나이 먹는 것 같아 막내의 경우는 출생 신고를 며칠 늦출까 유혹도 받았지만 태어난 날에 감사하며 그대로 올렸다.


생일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을 가졌을 때 입덧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딸들을 가졌을 때 3개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침도 삼키지 못하고 매일 수액을 맞으며 버텼다. 누군가는 항암치료 받는 것 같다 했다. 생일이 비슷한 시기이다 보니 입덧 시기도 3~4월로 비슷하다. 온 동네의 냄새는 내 코로 다 들어오는 듯 했다. 식사 시간이 되면 이웃들이 준비하는 음식 하나 하나가 수백 가지의 냄새로 세분화 되어 내 코로 들어오곤 했다. 중국에 살며 한 번도 중국 냄새라 구분 짓지 않았는데 그 시기에는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각종 향신료 냄새부터 독특한 냄새까지 내가 한국 사람이며 한국 DNA를 가진 이임을 철저히 느꼈다. 그렇다고 김치 냄새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내가 장성할 때까지 겪어 보지 않은 냄새가 싫은 건 당연하고 그 어떤 냄새도 참기 어려웠다. 한국에 두 번이나 실려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모두들 아기가 태어나면 혼내주리라 장난 삼아 농을 놓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3개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덧이 사라지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는 모두 다 잊었다. 하지만 매년 3월이 되고, 4월이 되면 내 후각은 입덧 때의 냄새를 기억해 냈다. 큰 아이를 가졌을 때 타이타닉 영화가 막 나오던 시기였다. 입덧이 한창일 때 본 영화였던지라 주제가가 나오면 아이를 낳고 난 후에도 몇 년 남짓은 속이 메슥거리기도 했다. 4~5년 전부터 봄이 와도 더 이상 그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날 보게 된다. 이제서야 내 몸이 입덧의 기억을 잊었나 보다. 며칠 전 4월을 맞으며 입덧 때 느꼈던 4월 냄새가 내 코로 들어왔지만 더 이상 내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5~6년은 족히 기억했던 냄새인데 웃음으로 그 냄새를 맡는 날 보며 인간에게 망각이 있음을 새삼 감사했다.


11, 12월 생이라 마냥 안 좋을 것만 같았는데 중국학교, 국제학교로 전학을 하며 두 학교의 학제에서 우리 아이들의 생일은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고 참으로 좋았다. 만 18세면 부모와 독립해 비자를 만들어야 할 때도 예민한 입시를 치르고 한 숨 돌릴 때에 수속을 할 수 있어 좋다. 얼마 전 뉴스에서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생일이 늦은 아이들은 출생 신고를 일부러 다음 해 1월로 늦춘다는 기사를 접했다. 학년의 시작이 3월인 한국 학부모의 고민 어린 선택이라, 과열 경쟁에 내몰린 현 사회를 반영하는 듯 해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입덧의 기억에서 벗어나 다시 4월, 봄의 냄새를 웃음으로 맘껏 들이마실 수 있어 행복한 날이다. 큰 아이는 어렴풋이나마 엄마의 입덧을 어린 시각으로 지켜 보았던 기억을 얼마 전에 슬며시 털어 놓는다. 털어 놓는 걸 보니 힘들었던 기억이 이젠 이 아이에게도 추억이 되었나 보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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