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22]
옛 시에 자주 나오는 접동새는 두견이? 소쩍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영원한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 ‘접동새’입니다. 그러면 여기 나오는 ‘접동새’는 과연 어떤 새일까요? 여기저기 뒤져 보면 거의 다 ‘두견이의 경남 방언’이라고 나옵니다. 그나마 오래된 사전에서는 아예 나와 있지 않은 경우도 흔하고, 가장 믿을 만한 사전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두견이의 방언(경남)’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평안도 정주에서 태어난 김소월뿐 아니라 경상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저 또한 어려서부터 ‘접동새’를 들어 본 적이 있고, 시의 소재가 된 접동새 전설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기도 하니, 접동새를 굳이 경남 사투리라고 못 박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 아무리 표준국어대사전이라도 아닌 건 아니지요.
두견이의 별명으로는 접동새뿐 아니라 자규(子規),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려 말 이조년의 시조에는 ‘자규’가 나오고,(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아랴마난……) 고려속요 ‘정과정곡’에는 ‘접동새’가 나옵니다.(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며 지내더니, 산 접동새와 난 비슷합니다)
또, 조지훈의 ‘낙화’(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나 서정주의 ‘귀촉도’(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 구비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에는 ‘귀촉도’가 나오는데, 신석초의 ‘바라춤’에서는 ‘두견이’, ‘접동새’, ‘귀촉도’ 셋이 함께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 모두를 두견이(두견새)라고 합니다. 두견이와 소쩍새를 전혀 구별하지 않고 같은 새라고 풀이한 경우도 흔하지요. 그러나 두견이와 소쩍새는 둘 다 여름철새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그 생김새나 습성, 울음소리 등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두견이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등 생김이나 습성이 뻐꾸기를 닮은 새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화창한 오월의 한낮, 문득 수풀 사이에서 들려오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가끔 새벽이나 초저녁에 울기도 합니다만, 요즘은 아주 귀해져서 그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가 몇 년은 된 거 같습니다. 어쨌든 두견이가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꽃잎이 시든 지 오래인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하는 것은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소쩍새는 올빼미 종류 가운데 가장 작은 새로서,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울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마을 가까이서 살고, 여름 철새라지만 아예 텃새가 된 놈들도 있어서 그 처량한 울음소리를 도시 주변 야산에서도 별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4월 초 배꽃이 필 때, 밤마다 처량하게 운다는 점에서 우리 시에 그처럼 자주 등장하는 접동새, 자규(子規), 귀촉도(歸蜀道)는 두견이보다는 소쩍새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 아래를 들어 보면 두 새 울음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아주 가까이 찌이지이 하는 울음소리 다음으로 두견이 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좀 멀리 소쩍새 소리가 들리지요. 사전을 만든 사람도 이 둘을 구분할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함께 넣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조금 엇나간 얘기 하나. 작년 10월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소쩍새 울음소리라면서 난데없이 쏙독새 울음소리를 들려 준 적이 있습니다. 틀렸으니 바로잡아 달라고 연락했으나 대답은 없었습니다. 틀린 걸 인정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지적한 제가 엉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는데도 이런 실수를 하는 걸 보면 새 울음소리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긴 한 모양입니다. 그나마 소쩍새 소리는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편인데...
다음은 좀 작게 들리지만 쏙독새 울음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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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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