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24]
색깔에도 ‘KS 규격’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속한 기술표준원에서는 기본색을 열다섯 가지로 정하고 그 표준 이름을 일부 개정하여 지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KS 규격’에 따른 기본색은 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이전의 녹색 대신),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에다가 새로 추가한 분홍, 갈색 등 열두 가지 유채색과 하양, 회색, 검정 등 세 가지 무채색을 합쳐 모두 열다섯 가지입니다.
굳이 나라에서 색 이름까지 간섭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하지만, 우리말은 색채 표현이 워낙 다양한 데다가 제각기 미묘한 느낌 차이가 있으니 인쇄업 등 여러 산업에서는 표준이 될 만한 정확한 이름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색깔 이름을 국립국어원이 아닌 기술표준원에서 정한 까닭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색깔 이름에도 ‘KS 규격(한국산업규격)’이 있다는 것을 저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하양’은 흔히들 ‘흰색’, ‘하얀색’, ‘하양’, ‘하양색’ 등 여러 가지 표현을 뒤섞어 쓰는데, 기술표준원에서는 이 가운데 ‘하양’을 ‘KS 규격’에 맞는 표준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양’ 이외에는 쓸 수 없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널리 쓰이는 ‘흰색’이나 '하얀색'은 국가 표준 이름에서는 탈락했지만 일상어로는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색깔 이름에 ‘~색’을 붙여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하양’은 이미 색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하양색’이라고 써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관형어인 ‘하얀’을 붙여 ‘하얀색’이라고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산업에 사용하는 공식 이름은 ‘하양’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흰색’, ‘하얀색’ 등 그동안 사용하던 것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본색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노라니 한 가지 궁금해집니다. 우리 고유의 기본색인 오방색(五方色)은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입니다. 여기서 유독 ‘검정’만 ‘까망’이라고 하지 않은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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