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16 프랑스 파리
거장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과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의 사랑 이야기
오르세 미술관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꼽히며, 파리 여행 필수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미술관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고대에서 1800년 이전 작품을 전시하고, 오르세 미술관은 1800년 이후의 근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각가로는 로댕Auguste Rodin, 클로델Paul Claudel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화가로는 폴 고갱, 모네, 마네, 반 고흐, 폴 세잔 등의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르네상스와 중세 미술품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오전에 관람하고 1800년대 이후의 인상파부터 미술 작품들을 만끽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오후에 가 보았다. 오르세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센 강 강변을 따라 오세르 박물관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을 만나게 되었다. 유람선 안에 있는 외국인들이 손을 흔들면서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유람선에서 프랑스의 시내를 관람하는 다양한 외국 관광객들의 환호하는 모습을 통해서 색다른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유람선을 언뜻 보니 작은 그릇 위에 놓여 있는 작은 모래나 혹은 밥알처럼 느껴졌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자 센 강을 오른쪽으로 두고 오르세 미술관의 이정표가 보였다. 이정표 앞쪽으로는 콩코드Concorde역과 앵발리드Invalides 역 방향이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 쪽을 가리킨다. 그곳을 조금 지나가서 왼쪽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그야말로 기다리고 고대하던 오르세 미술관에 도착하였다. 며칠 전에 센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보았던 영문 이니셜 엠오MO, Musee d’Orsay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르세 로고만 봐도 근대 미술관이란 이미지가 와 닿았다.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개조하였기에 인테리어는 다른 미술관과 구조적인 차이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에 맞춰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에펠탑과 오르세 기차역을 건축하였는데, 세월이 흘러 1970년에 오르세 역은 건물 천장의 유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자연 채광을 이용한 자연 친화적인 미술관이 되었다.
크게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앙의 홀에는 대형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중앙 홀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작품을 전시해 놓은 것이 큰 특징이다. 오르세 박물관에 들어가면 입구 중앙에 오르세 미술관 오리지널 자유의 여인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후의 미술관은 조명이 뒤에서 비추고 있어 화면에 역광으로 보이는 부분이 좀 아쉬웠지만,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중앙의 오른쪽에 위치하여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활 쏘는 헤라클레스〉라는 주제의 작품은 부르델Emile Antoine Bourdelle의 작품이다. 로댕의 제자로 초기에는 로댕의 작품의 성격과 비슷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15년 동안 함께 지내서 작품의 성격이 많이 유사하였다. 이 작품은 헤라클레스가 새를 잡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발은 바위에 고정한 채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자세와 근육을 나타냈는데, 인체의 근육을 특히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신체는 뒤쪽에 중심을 잡고 있어 안정적이면서 균형미와 동적인 모습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2층 전시관 오른쪽 복도에 전시된 작품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보는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로댕은 20년 동안 〈지옥의 문〉에 온 힘을 다하였다. 비록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기는 하나 부족함이 없고 흠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 〈지옥의 문〉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서 마음의 동요가 이는 작품이다. 로댕은 단테Alighieri Dante의 〈신곡〉을 수십 번 읽었으며, 심지어는 1년 동안 함께 살기도 하면서 단테의 생각과 의도를 조각이란 조형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로댕은 단테가 쓴 작품에 충실하기 위해 수많은 데생 작품을 만들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조형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라 입체적 표현을 위해 먹을 사용하여 어둡고 밝음을 표현하였다. 이는 조각 작품의 깊이 조절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많은 기초 작업을 통해서 진행한 〈지옥의 문〉은 1880년에 작품을 시작하여 죽을 때(1917)까지 완성하지 못했지만, 긴 시간을 들인 만큼 로댕의 작품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 나온 인물들이 초기에는 200명이 넘었으며, 1900년에 일부 석고상을 제외하고 우여곡절 끝에 1926년 로댕이 죽은 9년 만에 최초로 청동상으로 제작되어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 대형 작품 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주인공이 들어 있다.
처음 접한 〈지옥의 문〉,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인물상 중에서 특히, 상부 중앙의 헤라클레스Heracles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굵은 눈썹과 건강한 목, 야성적인 외모와 강한 육체에서 힘을 느낄 수 있지만,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이 고독과 긴장감을 주며, 또한 고도의 집중력마저 느껴진다.
1880년 처음으로 〈지옥의 문〉에 등장했던 〈생각하는 사람〉은 8년 후인 1888년에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로댕에 의해 실물보다 크게 제작되어 단독 작품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그의 후반기 작품 생활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중심적인 작품이 바로 〈지옥의 문〉이라 할 수 있다. 우골리노 델라 게라르데스카Ugolino della Gherardesca 역시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주제를 로댕이 재현한 작품이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우골리노 백작은 자기의 당을 배반하고 루지에르와 음모를 꾸미다가 루지에르의 배반으로 두 명의 아들과 세 명의 손자와 함께 피사의 탑 속에 감금되었다. 탑 속에 갇혀 살면서 결국 기아의 고통 속에서 그들의 시신을 먹으면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으며, 결국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서 천국에 갈 수 없었고 지옥으로 보내어진다는 단테의 작품에 나타난 대상을 조형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례이다.
로댕은 절친한 화가인 장 폴 로렌Jean-Paul Laurens(1838~1921)의 조형물 제작하면서 장 폴 로렌의 삶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쥘 달루Jules Dalou는 로댕보다 2살 많지만 절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다. 쥘 달루는 1861년 살롱에 처음으로 작품을 출품한 조각가이다. 프랑스의 사실적 조각의 대가로 불린다. 로댕은 인생의 전성기에 〈지옥의 문〉을 제작하면서도 자신과 가까운 지인들을 위한 초상 조각을 만들었으며, 까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은 물론 조각가인 쥘 달루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도 〈지옥의 문〉 후반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쥘 달루가 정치적 성향으로 영국으로 망명을 갔다 왔을 때는 이미 로댕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로댕과 쥘 달루의 정치적 이념은 달랐지만, 조각가로서의 작품성만으로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다.
로댕의 친구인 예술 비평가 구스타브 제프루아Gustave Geffroy는 콧수염의 멋진 얼굴이 조각 작품으로 표현되었다.
19세기 말의 파리에서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까미유 클로델은 오귀스트 로댕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제자와 모델로 활약하였으며, 공동 제작은 물론 24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로댕은 프랑스 정부를 통해서 클로델의 작품을 구매하도록 지원함은 물론, 본인의 미술관을 세우면서 클로델의 작품을 자신의 미술관에 설치해 줄 것을 원하기도 하였으며, 끝까지 클로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현재도 파리의 국립 로댕 박물관에 클로델의 전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여 전 세계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오후 6시가 넘어서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을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작품을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5시간 이상을 투자해서 관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다만 19세의 유럽 회화와 조각들을 관람하면서, 특히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의 작품성과 이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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