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19 스위스 인터라켄
호수에서 만난 백조白鳥 부부와 하늘의 형형색색形形色色의 새鳥
아침 일찍 우리 가족 일행은 산책을 나왔다. 오늘의 모든 여정을 취소하고 인터라켄 시내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편하게 쉬면서 관광하기로 하였다.
호텔을 나와 다리를 지나가는데 나무로 만든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같은 모습의 조형물이었다. 기존 나무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 얼굴을 조각한 작품이었는데 20년은 족히 넘어 보였다. 그 옆의 꽃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커다란 꽃을 촬영하는데 꽃 뒤편의 맑은 하늘에 형형색색의 작은 새들이 날고 있었다.
다리를 지나서 조금 걷다 보니 호텔 건너편으로 좀 더 가깝게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4마리의 새가 보였는데 10마리 이상의 다양한 새들이 날고 있었다.
우리 가족 일행은 하늘의 새를 보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새에 이끌려 우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작은 호수였다. 호텔에서 나와서 길은 건너자마자 왼쪽의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밑으로는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보였으며, 우리는 그 호수를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차홍이가 패러글라이더를 타면서 하늘에서 촬영한 호수의 모습을 통해 우리 가족이 산책하는 장소를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인터라켄의 건물과 호수는 참으로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다리를 건너서 10~15분 정도 걸어가니 왼쪽에 마을이 있었고, 마을 뒤편에서는 새들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호수도 있었는데 경치가 무척 좋았다. 호수 위에서는 작은 배가 우리 가족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휴양의 도시 인터라켄이란 이름에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호수였다. 가족이 걸음을 멈춘 곳은 호수와 배와 백조와 오리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호수 근처에는 인터라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쉽게 쉴 수 있도록 의자가 놓여 있었다. 가족 일행이 앉아서 쉬기에는 아주 좋은 공간이었다. 간식거리로 가져간 음식을 먹으면서 앉아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한 쌍의 백조가 우리 가족 쪽으로 왔다. 경계심 없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하고 우형이가 먹을 것을 준비해서 주었다.
먹을 것을 받아먹고 난 후에 저 멀리 유유히 사라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 쌍의 백조가 자맥질을 하면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그것도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 굉장히 신기했다. 추측건대 사랑놀이 혹은 호수에서 먹잇감을 동시에 발견하고 호수 밑의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이마저도 무척 아름다웠다.
한 쌍의 백조가 자맥질을 하고 있는 건너편에는 갈색의 오리 한쌍이 앞쪽을 향해 함께 수영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순간 두 쌍의 백조와 오리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쌍모두 한곳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차홍이, 우형이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한 광경을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보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서 한 쌍의 백조의 동작 속에서 하트Heart 형상으로 보이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먹이를 주시하고 한편에서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백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그 강 위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백조와 오리의 모습과 자연의 바람 소리는 가족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았다.
호수에 온 지 1시간이 지났을까? 우리가 지나쳐 온 곳에서 모터보트 소리가 들렸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모터보트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에 백조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모터보트를 탄 사람은 6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호수 아래쪽에서 우리 앞을 지나서 융프라우 상류 쪽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맑은 호수에 정박해 놓은 작은 모터보트를 운전하면서 일광욕을 하는 스위스 남자에게서 중년의 여유로움을 대리 만족하는 순간이었다.
그러한 호수의 광경을 보면서 어느덧 시간이 또 흘렀다. 문득 쉬고 싶은 생각에 벤치에서 누워 버렸는데 건물과 나무 사이에는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파란색 물감에 흰 물감을 떨어트렸을 때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 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본 하늘과 구름과는 차이가 있는 광경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나의 광경은 다양한 색상의 새가 날아다닌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한 마리가 때로는 5마리가 때로는 10마리 이상의 서로 다른 옷을 입은 새들이 하늘과 구름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한 폭의 동양화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새의 모양으로 나타난 마침표…
바로 자연 속에서 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과 융합하려고 하는 인간의 의지…
패러글라이더라는 인공물이 자연과 순응하고 융합되어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감상하느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터라켄의 작은 호수에서 만난 백조 부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맑은 하늘에 나타난 형형색색의 새를 바라보면서 깨끗하고 맑은 사랑을, 자연을 통해서 배울 좋은 기회였다. 육지에서 바라본 호수와 하늘에서 바라본 호수가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쌍의 백조 부부와 작은 새
하늘에 나는 새를 따라서
우리는 이끌려 갔다.
다리를 건너
호수를 따라갔다.
호수에는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물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
작은 호수로 함께 내려왔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한 쌍의 백조 부부
자맥질을 하면서 호수 밑을 본다.
우리는 볼 수 없는 호수 밑의 모습을
그 뒤에서 한곳을 바라보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한 쌍의 갈색 오리 부부 어디로 가고 있나
하지만 함께 간다.
누워서 하늘을 본다.
건물과 나무 사이에
하늘과 구름이 함께 머물고 있다.
파란색 물감에 하얀색 물감을
떨어트린 모습보다도
아름다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속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든다.
때로는 하얀색, 때로는 파란색
때로는 노랑, 빨강의 모습으로
한 폭의 동양화보다도 아름답다.
하늘과 구름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연이 만든 공간에
인간이 만든 작은 새가 함께한다.
인간이 만든 작은 새들을
하늘과 구름이 감싸 안고 있다.
하늘과 구름은 잘 모른다.
작은 새를 누가 만들었는지
호수가 품은 백조 부부
하늘과 구름이 품은 작은 새
자연이 품은 자연의 모습으로
자식을 품은 부모의 마음처럼
인터라켄의 호수에서…
2015년 7월 19일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