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21 스위스 루체른
멋쟁이 선장 아저씨와 스위스 국기
아침 일찍 인터라켄 호수 근처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인터라켄 역으로 향했다. 호텔을 빠져나와 작은 호수를 왼편으로 두고 걸어오는 길이 무척 상쾌했다. 특히 산 너머의 산과 구름이 아름다웠다. 구름이 걷히고 나니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새들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있는 하늘의 모습이 실제 새보다도 아름다웠다. 인터라켄에 머물던 5일 동안에 보았던 어떤 새보다도 멋있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감상하면서 도착한 역에서 촬영한 패러글라이더의 모습은 역광으로 촬영되어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모습처럼 보였으나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역 앞에서는 다람쥐 두 마리가 수도꼭지를 바라보고 있는 차분한 모습의 조형물을 보면서 인터라켄의 물을 흠뻑 마셨는데, 얼마나 차갑고 시원했는지 마지막으로 몸으로 인터라켄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터라켄 역에 도착하여 차홍이가 지도를 펴서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루체른Luzern 역에 도착해서 루체른 호수를 관람하고 기차를 타고 스위스의 수도인 취리히Zurich에 도착하는 일정을 설명하였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코스가 길고 이쁜 호수와 멋진 알프스 산을 함께 보면서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며, 루체른이란 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코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인터라켄에서 동북쪽으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차홍이의 꼼꼼한 설명에 많이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웠다. 22년 동안 멋있고 예쁘게 성장한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다.
오전 9시 30분경에 인터라켄 서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11시 55분경에 루체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기차 안은 매우 평안해 보였으며, 때로는 파란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과 산 너머에서 내려오는 구름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스위스 기차의 창문은 작지 않아 외부의 경관을 보기에는매우 좋은 환경이었다. 가끔 표를 검사하는 사람들의 소리 이외에는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연신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건너편에서 차홍이와 우형이가 준비해 온 빵을 먹으면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가끔 역에 도착하면 역과 호수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의 모습,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는 건너편 선착장의 모습, 목가적인 산 너머에서 작은 집, 그 주위의 나무와 가축들의 모습이 어우러졌다. 또 어김없이 산 뒤에 피어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 평온함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역에 정차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비스트로Bistro라는 글씨와 나이프 포크의 심벌마크였다. 비스트로는 원래 음식과 와인을 제공하는 작은 카페라는 의미인데, 아마도 기차 내부의 식당 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전 햇살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차홍이와 우형이는 영국과 프랑스, 인터라켄을 거친 여행의 피곤함을 달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어느 정도 충전을 해야 다음 목적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으니 이
또한 현명한 일이며, 휴식의 시간을 갖는 두 사람의 모습 속에서 짧은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차홍이는 여전히 지도를 펴고 그 위에 〈이지 유럽〉이란 여행 책을 놓고 자는 모습이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행 가이드와 동선에 대한 업무는 우형이가 맡았으나 기획부터 예산 반영 등과 관련한 전체 기획을 맡아 팀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차홍이의 모습이 무척 든든해보였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산 위의 구름과 호수를 둘러싼 마을에서 가끔 보이는 교회의 모습과 그 옆으로 뻗은 길 사이의 깨끗하고 맑은 모습이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았으며, 어느 한 곳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호수 중간에 정박하여 있는 배 한 척마저도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환경적인 요소였다. 이렇게 자연 구경을 하면서 정확히 5분 전 12시에 루체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루체른은 스위스 중앙에 있는 관광 도시로, 8세기경에 탄생하였다. 바위에 조각된 사자 기념상이나 중세에 세워진 성당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며, 루체른 주의 중요 도시인데, 곳곳에 아기자기한 멋스러움이 있는 작은 도시였다. 역에 도착해서 우리는 먼저 짐을 보관할 장소를 물색하였다. 6시간 전후의 루체른 여행 중에 모든 짐을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 임시 보관함을 찾았는데 4인의 짐을 보관하기 위해서 2개의 보관함을 렌탈해서 그곳에 잠시 보관하고 루체른 호수 여행을 하고 나서 쮜리히로 이동할 때 다시 찾기로 했다.
루체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현대식으로 건축된 루체른 박물관Luzern Museum이었다. 여행 일정상 내부는 관람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루체른 중앙역 앞에 있는 1, 2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옮기는 도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인공으로 만든 작은 호수 건너편에 펼쳐져 있는 작은 파라솔이었다. 흰색과 녹색의 파라솔과 그 색상이 작은 호수에 투영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한, 저 멀리 건너편에는 교회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호수에 비치고 있었다.
선착장 입구의 매표소에서 유람선 시간을 확인하니 40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물론 스위스 패스를 구매하였기에 이곳의 유람 여행은 별도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12시가 넘은 점심때라 루체른식 현지 패스트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유람선과 배의 후미에 걸려 있는 적색 바탕에 흰 십자가의 스위스 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국기 하단부에 수영 금지 구역이라는 픽토그램Pictogram이 있었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 아래를 유유히 지나가는 백조였다.
인터라켄에서 만났던 백조 부부와는 또 다른 다정한 모습이었다.때로는 혼자서 먹이를 먹는 모습과 깃털을 손질하면서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 하얀 기둥 위에서는 비둘기로 보이는 새가 백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유럽 국가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이기도 하며, 그리스도교 국가임을 국기에 직접 표현한 것인데, 민주주의, 평화, 보호를 상징하는 언어적인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백조는 글을 볼 수 없으니, 수영하지 말라는 픽토그램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글과 언어를 알지 못하는 것도 행복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글과 언어가 인간의 행동을 제한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고 인지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백조가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한과 규제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 후미 아래에서 백조 한 쌍이 유유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산책하는 모습이 무척 평온하게 보였다. 우리 부부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하면서 잠시 옆을 보니 그 광경을 보면서 살짝 웃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갑자기 백조들이 호수 바깥쪽에 있다가 호수 중앙으로 움직였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는데 흡사 백조들이 스위스 국기로 하나씩 들어가는 모습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유람선 후미에 걸려 있는 스위스 국기에 백조들이 하나씩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뭉클한 생각이 들었다.
호수와 백조들, 유람선과 스위스 국기, 하얀 기둥과 비둘기의 모습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루체른 선착장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도착한 유람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루체른 보트 투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인이 눈에 들어왔으며, 호수의 지도를 실제로 표현하여 보트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이 여행 스케줄을 시각적으로 그려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유람선 안에서는 벌써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는 관광객도 있었으며 유럽인으로 보이는 나이 드신 분이 배 기관의 피스톤 움직임을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인상적이었다. 또한, 밝게 웃는 여성 승무원의 모습과 루체른 ‘교통 박물관 호숫가Verkehrshaus lido’라는 선착장 역 건너편에서 유람선을 기다리
는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서 유럽인들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교통 박물관Verkehrshaus der Schweiz과 테마파크Theme Park 관이 있는 곳
으로도 유명한 관광지이며 시내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 배를 타고는 15분 이내면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루체른의 중간 기착지인 헤르텐슈타인Hertenstein 역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중세에 지어진 주택들이 있었으며, 그 사잇길에서 하이킹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맑은 날씨의 거리는 꽤 한적했으며 멀리 스위스 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루체른의 아름다운 중간 기착지 중 하나인 베기스Weggis 역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호수와 건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베기스는 리기Rigi 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하산하는 코스로 선택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호수 저 멀리 캠퍼스 호텔 헤르텐슈타인Campus Hotel Hertenstein이라고 쓰인 사인Sign이 눈에 들어왔다.
비츠나우Vitznau 역에 도착하기 전에 멋진 유람선을 만났다. 건너편 유람선에서 이곳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는 관광객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일행보다 앞서서 관광하고 돌아오는 유람선으로 보였다. 루체른 역에서 출발한 지 50분이 지나지 않아서 도착한 곳이 비츠나우 역이다.
우리 일행은 자연스럽게 이곳에 내리게 되었다. 역을 빠져나왔는데 건너편에는 등산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리기 산’을 가려면 이곳 비츠나우에서 등산 기차를 타면 된다. 30분이면 리기 클룸Rigi Klum의 호텔(1,916m)에 도착할 수 있고, 이곳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멋진 스위스의 리기 산을 보면서 커피도 즐길 수 있다. 클룸에서 내려올 때는 등산 기차를 타고 리기 칼트바트Rigi Kaltbad에서 케이블카를 탄 다음 베기스에서 내려서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 일행은 비츠나우 역에 내려 등산 열차를 타지 않고 왼쪽 길을 따라 해변의 한적한 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비츠나우 역에서 왼쪽 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보면 멋진 교회를 볼 수 있으며 그 너머의 산 정상에서 스위스 국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 위에 무언가의 상징물이 있으면 자연스럽지 않은데 스위스 국기는 어느 곳에 있어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한 장면을 보고 왼쪽 아래를 향해서 걸어갔는데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고, 그 옆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모습 등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맞은편에서 다이빙하고 수영하던 청년이 원형 시멘트 위에서 편안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홍이와 우형이 또래의 모습으로 보였다. 우리 가족 일행은 벤치에 앉아서 준비해 간 음식과 과일을 먹으면서 비츠나우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넓은 호수와 맑고 깨끗한 이곳 비츠나우에서 대자연과 함께 여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차홍이의 수신호가 떨어졌다. 비츠나우 역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였다. 오후 늦게 루체른 역에서 취리히 역으로 가는 기차의 일정을 고려한 행동이었다.
비츠나우 역으로 돌아오는데 멀리 보이는 역의 이미지와 처마 밑에 걸린 스위스 국기가 한층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역에 도착해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루체른으로 가는 유람선이 나타났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70% 이상은 유럽 사람으로 보였다. 제일 많은 관광객이 내리는 것으로 볼 때, 이곳이 루체른 호수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라는 곳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비츠나우 선착장에서 새로 온 유람선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제법 빨리 달리는 유람선 밑으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배 후미의 관광객들 뒤쪽에 스위스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으며, 그 뒤편에는 호수 위를 지나간 유람선의 흔적이 스위스 국기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으며, 가끔 젊은 사람들의 환호성도 들리곤 하였다. 그러한 풍경을 감상하며 베기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3시경이었다.
도착하기 전에 중년의 유람선 선장으로 보이는 분이 유람선 2층 오른쪽에 서서 유람선 조정을 하면서 경적 소리를 내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까 하얀 콧수염을 하고 훤칠한 키에 자상하게 생긴 분이었다.
처음에는 2층 오른쪽에서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으며, 가끔 바라보면서 미소를 남기는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관광객들이 유람선에 모두 올라탄 것을 확인하고는 유람선 안에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 모습을 담기 위해서 나도 선장을 따라 자리를 이동했는데, 모자를 벗고 웃으면서 바라보는 모습을 통해서 최소 60살은 넘는 할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에는 예수님으로 보이는 조각상이 있었으며 그 옆으로 호수에서 목욕하거나 다이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마냥 자연스러웠으며 이러한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매우 부러웠다. 곳곳에서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관광객도 있었다. 때로는 고기를 잡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는데 잔잔한 호수에서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루체른 역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하여 4시까지 돌아오는 3시간 30분의 짧은 유람선의 호수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루체른 호수는
첫째, 맑은 하늘과 넘실대는 구름!
둘째, 밝은 승무원의 미소와 멋쟁이 선장님!
셋째, 예쁜 건물과 스위스 국기!
넷째, 유람선과 여행객!
떠오르는 곳이었다.
스위스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스어 등의 다국어를 사용하는데 지명은 대부분 독일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관광하는 모습이 제일 인상 깊었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