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22 스위스 취리히
호수에서의 저녁노을과 유람선, 고기잡이 배와 백조
저녁에 리마트플라츠 램프 정거장에서 11번을 타고 뷔르클리플라츠Burkliplatz 램프 정거장으로 갔다. 거리는 대략 3㎞가량이고, 역에 내려 도보로 5분 거리에 뷔르클리플라츠가 있으며 그곳에 선착장이 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였는데, 유람선 티켓을 구매하려고 입구로 가니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건물을 짓는 기중기의 모습이 보였고,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선착장 맨 끝까지 와서 호수의 노을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동남아 중년 여성 관광객들도 있었다.
선착장에서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난간에 앉아서 오리와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건너편 선착장 모퉁이에 누워 취리히 호수의 저녁놀을 감상하는 유럽의 젊은 남녀….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천천히 옆으로 가서 촬영하다가 나의 인기척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였다.
뷔르클리플라츠 선착장의 저녁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잿빛 호수에 뜬 하얀 유람선과 건너편에 보이는 짙은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적색을 품고 움직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움직이는 유람선과 노을을 통해서, 변화하는 구름을 통해서 많은 사연과 꿈을 간직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장관을 어떤 관광객은 마음에 담고, 어떤 관광객은 사진으로 담고, 때로는 선착장 기둥에 언어로 표현한다. 멀리 유람선을 보내면서 그 자리를 백조가 지키고 있다. 때로는 여러 마리가 지키기도 했지만, 때로는 홀로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해가 지기 전의 선착장도 아름다웠다. 건너편 산 위의 노을에 물든 구름이 갑자기 커져서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는데, 이 선착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명 작품인 것 같다.
노을을 보다가 오른쪽에서 낚시를 즐기는 두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어부의 모습보다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 옆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백조의 모습과 하얀 배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 건너편 호수의 파란 색상이 적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낚시를 끝마치고 어디론가 돌아가는 배를 따라서 이동하고 있는 백조 두 마리는 많이 아쉬웠나 보다. 한두 시간 동안 같은 공간 속에서 재미있게 지내다가 먼저 가 버리는 두 청년이 그리웠는지 50m가 넘게 계속 따라가는 백조의 모습이 무척 재미있었다.
호수와 유람선, 낚싯배와 백조, 저녁노을과 구름의 모습을 마음에 간직한 채 호수를 빠져나왔다. 선착장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길을 걷고 있는데 도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사하는 현장 앞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노란색 복장을 한 인부들이 빠르게 도로를 수리하고 있었는데, 그 또한 선진국다운 모습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뷔르클리플라츠의 선착장에서 반호프Bahnhof역까지 걸으며 상가 구경을 했는데, 현대적인 적색의 여성복 매장과 멋쟁이 남성복 의류가 DP된 매장을 하나하나씩 구경하면서 오는 길이 참 즐거웠다. 반호프 역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트램건너편에 무채색으로 슈퍼 그래픽 처리한 건물 위의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제법 든 중년의 사람인데 선거 광고 포스터인지 의류 매장을 홍보하는 광고물인지는 몰라도 관광객의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광고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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