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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토씨) 같지 않은 조사들

[2016-08-12, 09:49:33] 상하이저널

[우리말 이야기(30)]
조사(토씨) 같지 않은 조사들

 

조사(토씨)를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다음에서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을 찾아봅시다.

 

① 너야 말로 나쁜 놈이다.
② 칭찬은 커녕 욕만 얻어먹고 왔다.
③ 너 하고 나 말고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④ 저 잘났다고 떠벌이는 놈 치고 제대로 된 놈 하나도 없습디다 그려.
⑤ 우리 같이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 만큼이라도 살게 된 것은 다 그분 덕이라고 대통령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⑥ 그이도 제 나름 대로 생각이 있겠지.

 

이제 띄어쓰기가 틀린 곳을 찾아봅시다.
① ‘~(이)야말로’ ② ‘~(은/는)커녕’ ③ ‘~하고’ ④ ‘~치고’ ‘~그려’ ⑤ ‘~같이’ ‘~밖에’ ‘~만큼’ ⑥ ‘~대로’, 이렇게 모두 아홉 군데에서 규정에 어긋난 띄어쓰기가 나타납니다. 이들은 모두 조사들이므로 ‘너야말로’, ‘칭찬(은)커녕’, ‘너하고’, ‘우리같이’, ‘몸뚱이밖에’, ‘이만큼’, ‘젊은이치고’, ‘없습디다그려’, ‘나름대로’와 같이 앞말에 붙여 써야 옳지요.

 

이 9개를 몽땅 찾아냈다면 대단한 실력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보다 낫습니다.) 7개 이상이라면 ‘참 잘했어요’, 5개 이상이라면 ‘보통’ 정도는 되겠지요. 그러나 맞힌 것이 3개 이하라면 우리말에 좀 더 관심을 가지셔야 할 듯합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봅시다.

① ‘야+말로’로 생각하여 띄어쓰기 쉬운데, 이는 하나의 조사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② 조사 ‘은’에 조사 ‘커녕’이 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은(는)’을 빼고 ‘커녕’만 써도 됩니다.


③ 동요 ‘꽃밭에서’의 첫 소절은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로 시작하지요.


④ ‘치고’는 보통 ‘예외가 없다’는 뜻으로 쓰는 조사인데,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에도 쓸 수 있습니다. (보기 : 여름날치고는 서늘한 날씨였다.)
  ‘그려’는 체언이 아니라 용언의 종결어미에 붙는 조사로서 내용을 강조할 때 씁니다.


⑤ ‘같이’는 체언 뒤에 붙어 ‘처럼’의 뜻으로 쓰일 때 조사로서 붙여 씁니다. 그러나 ‘~와(과) 같이’처럼 쓸 때는 부사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보기 : 나는 민서와 같이 영화를 보았다.) 한편 비슷하게 느껴지는 ‘같은’은 형용사의 활용형이므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보기 : 너 같은 천재는 처음 본다.)
  ‘밖에’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뜻으로 쓸 때는 조사로 보아 붙여 쓰지만, ‘그 밖에도 또 있다’라는 뜻일 때는 ‘명사(밖)+조사(에)’의 형태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보기 : 너 밖에도 여러 사람이 당했더라.)
  ‘만큼’도 체언 뒤에서는 조사로 보아 붙여 쓰지만, 용언의 관형형 뒤에서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합니다. (보기 : 먹은 만큼 살이 찐다. / 먹을 만큼만 덜어라.) 또, ‘~으(느)니만큼’의 형태일 때가 있는데, 이때는 형용사(또는 동사)의 어미이기 때문에 붙여 씁니다. (보기 : 너는 젊으니만큼 아직 기회가 있다. / 열심히 일하느니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⑥ ‘대로’도 ‘만큼’과 비슷합니다. 체언 뒤에서는 조사이기 때문에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좋을 대로’, ‘지칠 대로 지친’ 등과 같이 용언의 관형형 뒤에서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합니다.

띄어쓰기의 가장 큰 원칙은 ‘단어는 각각 띄어 쓰되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쓰다 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기 보기로 든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서 익혀 두면 조사를 헷갈리는 일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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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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