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28 이탈리아 피렌체
마약 퇴치 단체와 한여름 밤의 음악 콘서트
아침 일찍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을 출발해서 예술의 도시인 피렌체Firenze 산타 마리아 역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걸어서 10분 이내인 산타 크로체Santa Croce 광장 근처의 운치가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걸어서 10분 내 중심 1층에 작은 어닝에 니차NIZZA라고 쓰인 호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가자 2층에서 호텔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우리 가족 일행을 맞이하였다. 1층 계단 입구에는 오래된 그림이 걸려 있었고, 그 밑으로는 시저의 석고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열된 그림은 무채색의 그림으로 배경은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쪽에서 시뇨리아 광장 쪽을 바라본 화면을 채택하였으며, 특히 건물과 건물을 양쪽에 위치하게 하여 대각선의 원근법을 고려한 화면 구성이 돋보였다. 중앙의 종탑이 그림의 중심을 잡아 주며 종탑 위의 뭉게구름이 피렌체의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으로 보였다.
산타 크로체 성당 왼쪽에는 큰 조각상이 있는데, 그 조각상의 주인공은 피렌체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성장하였으나 나중에 추방당하는 역경을 딛고 훗날 이탈리아 언어의 틀을 구축한 단테였다. 알리기에리 단테는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며 예언자, 신앙인으로서,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영원불멸의 거작 〈신곡〉을 남긴 인물이며, 중세의 정신을 종합하여 문예 부흥의 선구자가 되어 인류 문화가 지향할 목표를 제시한 사람이기도 하다.
알리기에리 단테Dante Alighieri는 1321년 라벤나 영주 폴렌타의 외교 사절로 베네치아에 다녀오는 길에 사망하여 라벤나에 무덤이 있다. 그의 업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피렌체는 그의 시신을 되찾아 오려고 노력했지만, 시신을 성당 안에 모시지는 못했다. 다만 빈 무덤이 있을 뿐이다. 특히 이 산타 크로체 성당의 지하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갈릴레이Galileo, 마키아벨리Machiavelli 등 250명의 유명인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키아벨리의 무덤에는 묘비명이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TANTO NOMINI NULLUM PAR ELOGIUM
(No eulogy would be adequate to praise so great a name)
어떤 위대한 찬사로도 이 위대한 사람을 칭송할 수는 없다.
피렌체의 오후는 무척 아름다웠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산타 크로체 성당 앞쪽의 광장으로 나왔다. 마침 그곳에서는 마약 퇴치 운동을 하는 자선 단체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자연스럽게 마약 퇴치 운동을 하는 그들의 생각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얼마의 유로화를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처음부터 모금한다고 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인 유도를 통해서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우형이도 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투덜댔다. 마약 퇴치를 위한 모금 활동이라고 하면 오히려 공감하는 사람들이 좀 더 있었을 텐데, 처음에는 사인만 하면 된다고 하고 사인을 다 하고 나서 정해진 금액을 냈으면 좋겠다고 강요하는 모습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렌체 시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동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접하게 되었다.
저녁 9시가 넘었는데 산타 크로체 성당을 배경으로 한 편의 귀여운 연극이 펼쳐졌다. 두 아이가 산타 크로체 광장 왼쪽 뒤편의 돌 위로 올라가서 발레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약간 어설픈 동장이었으나 어두운 밤이었기에 간접 조명을 통해서 그들의 동작이 눈에 들어
왔다.
연녹색의 원피스와 노란색 모자를 쓴 여자아이와 흰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서로 마주 보면서 표현하는 하나하나의 율동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가끔 동작을 표현하다가 기우뚱거리기도 하였는데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 동작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던 중에 그 뒤편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많은 이들이 2명의 음악가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3개국 언어를 사용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기타를 반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 2명이 보였다. 어두운 밤이라 조명을 통해서 악보를 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음악을 모두 외워서 즉석에서 부르면서 관광객과 일일이 아이 콘택트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산타 크로체 광장에서 공연을 보면서 남자친구한테 기대어 있는 여인의 모습 건너편으로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보였다.
산타 크로체 광장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앞쪽에 의자가 2줄 있어서 맨 앞쪽이 1등석, 두 번째 줄이 2등석으로 구분될 수 있었는데,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했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노래는 물론이고 영어로 부르는 노래 또한 관광객 모두가 소화할 수 있는 노래로 선곡해서 그런지 음악에 맞추어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은 2등석 의자에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는데 서서 음악을 관람하는 사람들 측면에서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맨 뒤쪽에서 야외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은 가끔 환호성과 박수로 그들의 연주를 응원하고 있었으며, 핸드폰으로 촬영하거나 동영상으로 담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또한, 왼쪽 뒤편에서는 젊은 유럽 여인이 카메라로 동영상을 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으로 동영상을 담으며 노래하는 이들을 보고 웃는 모습에서 여행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피렌체에서의 첫날 저녁에 맞이한 한여름 밤의 야외 콘서트. 호텔과 아주 가까운 광장에서 열렸는데, 이러한 공연이 11시를 넘어서까지 끝나지 않았다.
호텔에 돌아와서 1층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는데 의상이 모두 화이트 톤이어서 호텔의 배경과 잘 어우러져서 촬영하는 내내 마음이 뿌듯했다. 어제저녁 가장의 무리한 일정으로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은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데, 예술과 꽃의 도시인 피렌체에서의 야외 콘서트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가족들의 표정만 봐도 피렌체의 첫날밤은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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