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28 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꿈을 품어 보다
피렌체에 도착한 7월 28일 오후에 호텔에서 짐을 풀고 도시 시티 투어 버스 티켓을 구매하러 나왔다. 시티 투어 버스가 있는 호텔 앞에서 시내버스 종점까지는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1시간 30분 정도의 투어 시간에 1인당 20유로의 금액으로, 우리 가족은 80유로를 지급하였다. 버스 정류장에는 비교적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50여 명 정도 되어 보이는 관광객들이 서 있었으며, 음료수와 온갖 피렌체 수공예 제품들을 판매하는 상인들 4~5명이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시티 투어 버스를 탈 때 안내해 주는 사람은 동남아시아의 사람들로 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안내해 주는 사람이 방글라데시인이니, 아마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3~4명 함께 능청맞게 제품을 판매하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어가 아닌 프랑스어, 영어 등을 골고루 섞어서 고객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법 현지 수제 제품을 잘 판매하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물을 제일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먼 곳인 피렌체에 와서 함께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15분여 정도 지났는데 갑자기 방글라데시 리더가 “줄을 바로 서십시오. 시티 투어 버스가 도착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여기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게 ‘줄 잘 서십시오’이다. 중간에 끼어들다 걸린 유럽 사람도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그 방글라데시 안내원이 대장인 것같이 보였다.
그의 지시를 듣지 않으면 시티 버스를 마음대로 탈 수 없었기에 우리 가족 일행은 물론 관광객 모두가 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5분 전에 새치기하려다 들킨 유럽 남자의 모습을 보았기에 꼼짝없이 줄을 제대로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경을 하는 사이에 버스가 도착하였다. 앞쪽에 줄을 섰던 사람 중에서 40여 명이 버스에 탔으며 그 뒤에 있었던 가족 일행은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10분이 안 되어 도착하였으며, 도착한 버스는 잠시 문을 잡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버스 안의 휴지통과 함께 앞쪽 문이 열렸으며 안내원이 차례대로 버스에 타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버스 안내원의 요청대로 줄을 서서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앞쪽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1층보다 2층이 시내 관광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올라갔는데 또 하나의 복병은 햇빛이었다.
도시를 관람하기에는 좋으나 햇빛이 너무 강해서 차홍이와 아내는 걱정하는 것 같았다. 강한 햇빛으로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면서 투덜대고 있었다.
그렇게 투덜대고 있을 무렵 버스는 시내 곳곳을 돌았다. 대부분 두오모 성당을 기준으로 아르노 강을 이용하여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버스 뒤편의 시내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시내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확실히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듬성듬성 나무 사이를 통해서 대략 피렌체 시내를 볼 수 있었다. 안내 표지판을 보고 있던 차홍이가 다음이 미켈란젤로 언덕이니 미리 1층으로 내려가서 준비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했다. 건너편에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차홍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이야기했다. 무궁화가 자기 얼굴만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시티 버스에서 내려서 무심코 걷다가 한국에서 본 무궁화의 5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무궁화를 이곳 유럽의 피렌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말로 차홍이 얼굴이랑 크기가 비슷해 보였다. 잠깐이라도 한국의 국화國花를 만나보게 되어 매우 기뻤다.
무궁화를 보면서 길을 건넜는데 맞은편으로 재미있는 풍경이 보였다. 자그마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남녀가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 무척 독특했다. 두 쌍 모두 성인으로 보였는데 헬멧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형 디자인이었다. 그 자체를 즐기는 피렌체 국민들의 독특하면서도 재치 있는 패션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바라본 모터사이클 일행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동안에 건너편에서는 빨강, 녹색, 회색의 소형차가 우리 앞에 살짝 나타났다가 우리 있는 쪽으로 좌회전하면서 멀리 사라졌다. 찰나에 일어난 광경을 보면서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전에 보았던 모터사이클보다 좀 더 흥미로웠다. 2인용 초소형 미니카에 타고 있었는데, 환한 얼굴로 살짝 웃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검소하고 자연 친화적인 소형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한국은 좀 더 큰 차를 혹은 좀 더 큰 집을 선호하는데, 이곳에서 만난 미니 가족들은 좀 더 선진국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형차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옆을 날렵하게 지나갔다. 주차장 옆쪽을 지나치는데 그 주차장에도 초소형 전기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좀 전에 보았던 차종은 아니었지만, 유사한 소형 전기 차였다. 유럽의 타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기 소형차를 이곳 피렌체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자연환경을 고려한 전기차로 보였다. 한국도 전기차를 개발하여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서 투자하고 있는데, 피렌체는 벌써 다른 도시보다 앞선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서 전기 충전소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좀 전에 본 소형차들이 모두 그런 전기차였다.
드디어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하였다. 멀리 왼쪽에는 아르노 강이 흐르고 있으며 피렌체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이다. 배산임수가 잘 되어 있는 명당의 조건을 지닌 곳으로도 유명하다. 언덕 밑에서 대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피렌체 시내의 대학생들로 보이는 멋쟁이 예비 졸업생들이 깔끔하게 정장 차림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르네상스 혁명의 발상지이며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멋진 그림인가. 13세기 이후에 300년의 영광을 이어온 이곳에서 태어나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 졸업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니.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보기만 해도 설렘이 차올랐다. 그들의 꿈을 담고 있는 배경이 피렌체인 것이 참 부러웠다. 체코 프라하의 페트르진 언덕Petřin Hill에서 블타바 강Vltava R.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그림처럼 멋지다. 프라하 시내와 강의 어우러짐은 유럽에서도 최고 관광 도시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곳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풍경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베키오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아르노 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들 배경 중간에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의 94m 종탑이 우뚝 솟아 피렌체의 중심을 잡아 주며, 그 오른쪽의 장미 색상 두오모 성당과 하얀 돔이 시선의 마침표를 찍어 주는 역할을 한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그림을 파는 곳이 인상적이었으며, 미켈란젤로 최대의 걸작품이 이곳 언덕의 중앙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우리는 언덕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언덕 중앙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시뇨리아 광장의 조각 작품보다는 크게 보였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시내를 바라보는 모습 또한 참으로 아름다웠다.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은 시내에서 동남쪽에 있었으며, 유럽 문화의 꽃인 르네상스의 문화 전체를 볼 수 있었던 점에서 우리의 여행을 즐겁고 유익하게 만들어 준 공간으로 기억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관광버스와 전기 자동차를 보면서 미래를 향한 피렌체의 꿈도 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제주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전기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피렌체는 도시 곳곳에 전기 충전소를 두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보였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 시내를 품고 무언가를 염원하는 우형이와 차홍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품고자 하는 여행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멋진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차홍이, 우형이가 미래를 위한 귀한 꿈을 품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좀 더 멀리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와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할지 미래를 위한 본인들의 계획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아빠의 바람도 함께 전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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