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1-08.04 이탈리아 로마
시내 관광버스City Sightseeing Bus Tour를 통해서 중세 로마의 유적을 보다
오전에 피렌체를 떠나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 테르미니Termini 역에 도착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인 이곳 로마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우리 가족은 테르미니 역에서 나와 숙소가 있는 만초니Manzoni 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민박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타 마조레 성당 다음 역이 바로 만초니 역이었고, 민박집까지는 10분 거리였으니 짐이 없는 상태에서 걸어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민박집에 도착했는데 바로 앞에 리미니Rimini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순간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민박집을 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층 입구에서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철창으로 된 미니 엘리베이터. 유럽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작은 미니 엘리베이터였다. 1~2명이 타면 좋고 3~4명이 타기에는 꽉 차는 그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긴장감을 주는 하나의 여행 요소였다.
민박집 상호는 뮤직 하우스Music House였다. 이탈리아 사람으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남성이 관리인이었는데, 덩치는 꽤 컸지만 관리하는 모습은 매우 섬세했다. 손님이 있으면 민박집 관리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외부에서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분이었다. 방이 4개였는데 온통 음악 관련 포스터로 장식된 게 특징이었다. 친절한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로마의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테르미니 역Termini station 광장 근처에 있는 도시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르미니 역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을 보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였다.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우리를 따라왔다. 우형이가 도시 관광버스를 탈 거라고 하니까 좀 더 접근해서 표를 사는 데까지 안내해 주었다. 물론 걸어서 얼마 안 되는 곳에 매표소가 있었으며 그곳에 우리 일행과 함께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다. 이분들 도시 관광버스를 타려고 하니 표를 팔면 된다고 이탈리아 말로 하는데,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계획한 대로 사흘 동안 대부분 이 티켓을 이용해서 여행하기로 하고, 1인당 32유로를 투자해서 72시간 이용권을 구매하고 건너편의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좀 전에 만난 그 친구는 아마도 소개비 조로 얼마를 받고 그런 안내를 해주는 것으로 보였다.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하고 나서, 좀 전에 표를 구매했던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마 시내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며칠 전에 피렌체에서 시내 관광 버스를 타고 투어한 경험이 있어서 왠지 기다리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에서도 동남아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 정류장 맨 앞에서 안내하고 있었으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그와 같은 동료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가끔 그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영어 혹은 이탈리아어가 아니고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들렸다. 한여름 오후 2시경의 로마날씨는 장난이 아니었다. 2주 전 프랑스에서 만난 여행객들이 로마는 엄청나게 덥다고 했던 이야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워낙 길게 늘어서 있어서 다음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앞쪽의 동남아에서 온 아저씨의 안내로 우리는 버스에 올라탔으며 우형이와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아내와 차홍이는 더워서 1층에 있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2층에 올라갈 때쯤 밑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자외선 때문에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고 투덜대면서도 아마도 로마 시내를 보고 싶은 욕망이 얼굴의 기미, 주근깨보다는 앞섰던 것으로 보였다.
버스에 탄 지 얼마 안 되어 안내원이 2층에 올라와서 표를 검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도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나 보다. 고객들 한 사람 한 사람 표를 확인하고, 관광에 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을 상대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관광 대국인 이탈리아 로마 승무원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물론 로마 현지의 시내 관광버스에서 봉사하는 여승무원이 훨씬 세련돼 보였지만, 버스에서 하는 일은 40년 전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로마 최고의 랜드마크인 콜로세움Colosseum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기원후 81년경에 건설된 검투사들의 경기장으로,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곳이다. 특히 〈글래디에이터〉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로마 황제들의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서 사용됐던 곳으로 2000년 유럽 역사의 한 장면을 볼 기회였으며, 2층 시내 관광버스에서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해 관광객들의 분주하게 촬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000년 전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많은 관광객이 이곳에서 하차하였다.
콜로세움을 보고 감탄할 사이도 없이 바로 옆에는 콘스탄티누스Constantino의 개선문이 있었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밀비오 다리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된 것으로, 파리의 개선문도 이곳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모델로 했다.
관광버스에서 바라본 로마가 시작된 곳, 팔라티노 언덕은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언덕이다. 언덕이라고 하기엔 구릉에 가까운 이곳은 이탈리아 건국 신화에 따르면 로마 왕국의 시조인 로물루스Romulus가 팔라티노 언덕Colle Palatino의 루페르칼레Lupercale 동굴에서 쌍둥이 동생 레무스Remus과 함께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하여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남녀가 팔라티노 언덕 쪽을 향해 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화 〈벤허〉에 나온 4륜 말을 타고 경주하는 로마 장군의 모습이 떠오르는 곳이기도 했다. 한때 홍수로 이곳이 묻혔다고 하는데, 최근 유적들이 조금씩 출토되면서 2000년 전의 역사가 조금씩 발굴되고 있다고 한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념관Vittorio Emanuele Ⅱ Monument은 로마의 중심 지역에 있다. 이 기념물은 이탈리아 통일을 성취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1878년에 서거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하여 건립하기로 하였으며, 1885년에 착공하였다.
베네치아 광장이라는 이름은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로마 대사관 역할을 하던 베네치아 궁전에서 따온 것이다. 베네치아 궁전은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독재자 무솔리니가 집무실로 사용한 곳으로 유명하다. 무솔리니Benito Mussolini는 이 궁전의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여든 군중에게 연설하거나 2차 세계 대전 참전 선포를 하기도 했다. 베네치아 궁전은 현재 르네상스 예술품 박물관인 국립 베네치아 궁전 박물관Museo Nazionale del Palazzo di Venezia으로 사용되고 있다.
123년에 설계된 테베레 강은 원래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Publius Aelius Hadrianus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영묘로 만들었다. 성 천사의 다리인 산탄젤로 다리Ponte Sant'Angelo에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아름다운 10개의 천사의 조각상들이 있으며 영화 〈천사와 악마〉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산탄젤로 다리 위의 천사들은 각각 다양한 물건을 들고 있어서 채찍을 든 천사, 가시 면류관을 든 천사, 손수건을 든 천사, 긴 웃옷과 주사위를 든 천사, 못을 든 천사, 십자가를 든 천사, 두루마리를 든 천사, 스펀지와 초를 든 천사, 창을 든 천사가 있다.
관광버스에서 바라본 산 피에트로 대성당San Pietro Basilica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바티칸 시국에 있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등 주요 예술 작품을 많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내 관광버스에서 1시간 40분 동안의 관광을 통해서 로마의 유적을 스케치하면서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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