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로마에서 두바이를 거처 상해로 돌아오다
공식적인 유럽 여행을 마치면서 맞이하는 아침. 어제 저녁에 예약한 택시가 어김없이 8시 정각에 도착했고, 내려오라는 전화가 걸려온 건 7시 55분이었다. 간단하게 멋쟁이 이탈리아 아저씨와의 작별 인사를 나누고 좁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 살짝 덜컹덜컹하는 소리가 이곳에서 맛보는 마지막 긴장감이었다. 좁고 철망으로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에 대한 기억을 뒤로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친절한 택시 기사는 우리의 짐을 받으면서 “부온 조르노Buon Giorno”라고 아침 인사를 했다.
가족들도 합창으로 “부온 조르노”라고 택시 기사에게 인사하였다. 택시 안에서 보낸 1시간여 동안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어젯밤 가족회의는 오늘 아침에 어떻게 공항까지 이동할지가 안건이었다. 숙소에서 테르미니Termini 역까지 20분, 테르미니 역에서 공항까지 35분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10여 분이 소요되나 비용과 시간과 우리가 움직여야 할 짐을 고려해서 택시를 이용하기로 한 결정했는데, 아주 잘한 결정인 것 같았다.
7월 5일 상해에서 출발해서 시작한 여행의 마지막 지역인 로마의 시내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Leonardo da Vinci Fiumicino Airport으로 이동하는데, 맑은 날씨에 가족들의 마음도 평온해 보였다. 아마도 가족 전체가 30일간 여행하면서 두 번째 타는 택시여서 그런지 마음은 모두 편해 보였다. 나는 갑자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생각했다. 왜 이탈리아에서 공항의 이름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명명했을까?
로마 국제공항은 이탈리아에서 제일 큰 규모의 국제공항으로, 공항의 이름은 지역의 이름을 따서 피우미치노Fiumicino 공항 또는 비행 물체를 세계 최초로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이자 르네상스가 낳은 최고의 화가인 천재 화가의 이름을 빌려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이라고 불린다.
공항 이름은 지역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런던의 히스로 공항, 독일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 스페인의 마드리드Madrid 바라하스Barajas 국제공항, 일본의 도쿄국제공항Tokyo International Airport 또는 하네다공항이 그러하다. 대한민국 역시 인천국제공항Incheon International Airport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프랑스 공항은 전임 대통령 이름을 사용하여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공항이고,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인데, 유럽의 어느 국제공항보다 품위와 격조가 있는 브랜드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원인 중 하나는 2주 동안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등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이탈리아 2000년 역사에 감명하고 문화를 몸으로 체험한 결과일 것이다.
어찌 보면 로마 국제공항 브랜드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음은 이탈리아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오히려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후손들이 감사한 마음이 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후대 사람들에게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이라는 이름보다는 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으로 영원히 불렸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숙소를 출발한 지 1시간이 안 되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막 도착해서 우형이가 멋쟁이 로마 기사님한테 “꽌떼Quant′è”라고 물어보는데 기사님은 환하게 웃으면서 이탈리아 말이 아닌 영어로 얼마를 내라고 말씀하셨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 기사님의 자세한 안내에 로마의 친절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택시 비용을 내고 헤어질 때 기사님은 또 한 번 이탈리아 말로 “아리베데르치Arrivederci”라고 하였으며 연이어 “그라치에Grazie”라고 말했다.
‘잘 가라, 고맙다’는 이야기인데 멋진 마지막 인사말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안으로 들어와서 두바이 항공사 프런트에 가서 두바이 경유 상해행 비행기표를 확인하고 짐을 부쳤다. 특유의 스튜어디스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 모자와 연한 살색의 의상에 중동 국가 특유의 머리와 얼굴을 감싸는 하얀 히잡이 눈에 띄어, 다른 항공사와 차별되는 의상을 보고 쉽게 두바이 항공 카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국 심사를 통과한 가족 일행은 수많은 외국인을 한곳에서 볼 수 있었으며, 차분하게 두바이행 비행기를 기다렸고, 예정된 시각에 두바이국제공항Dubai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면세점 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4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화장품도 사고, 선물들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제품들은 아내와 차홍이가 좋아하는 화장품 코너였다. 놀란 것은 환승을 위해서 기다리는 사람들 200여 명 빼고는 매장 직원들이 전부였다. 20년 이상 화장품 관련 비즈니스를 한 내 눈에는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깨끗한 매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에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기에 매장 내에 고객이 없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또 한 번 놀란 건 화장품 매장 구역에 있는 매장 전체가 MD 개편을 했는지 눈에 들어오는 매장 모두가 한 달 전에 설치한 매장으로 보였다.
두바이국제공항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매장구경을 했는데 어느덧 새벽 2시가 다 되어 있었다. 우형이와 나는 에미레이트Emirrates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는데, 문을 열면 바로 탑승구가 있는 게 아니라 전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탑승구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시 10분경이었는데 좀 늦은 시간이었다. 차홍이와 아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시 30분이면 정확히 출발해야 하니 시간이 2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다리고 있던 손님 중 50%는 이미 비행기에 오른 상태여서 우리는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사람이 안 보일 정도 멀리서 차홍이가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 2시 25분에 가족 모두가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미 비행기 안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우리는 50번째 줄 한가운데 4명의 자리에 앉았다. 국제항공이라서 그런지 자리는 일반 비행기보다 넓고 쾌적했다. 에미레이트 항공기 내에는 좌석마다 개인별 모니터가 있었으며, 이코노미 클래스Economy class에는 10.6인치 와이드 스크린 탑재되어 있어 가끔 나오는 기내의 정보를 상세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승무원의 자상한 서비스를 통해서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느낄 수 있었다.
30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면서 상해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족이 많이 피곤해 보였다. 비행기가 새벽에 출발한 것도 원인이었지만 그보다는 쉬지 않고 4시간 넘는 동안 면세점을 쇼핑하는 것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좌석 옆으로 가족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 옆에는 나의 자랑스러운 딸 차홍이가 피곤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서인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든든한 아들 우형이는 여전히 취리히의 크로커다일Crocodile 로드숍에서 구매한 빨간 티셔츠를 입고 피곤하지만, 행복한 얼굴로 나를 보았는데, 표정이 너무도 피곤해보였다. 그 옆에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공항 면세점에서 사고 싶은걸 사서 그랬는지 세 사람중에 아내의 표정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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