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om."
중학교에 입학해 내가 배운 첫 번째 영어 문장이다. 어느 연령까지 이 교과서로 영어를 배웠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어떤 분은 ‘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언제적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고교시절 내내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우열반이 있었던 세대이니 학원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모두가 자기주도로 학습하던 시대였다. 고교를 졸업해도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 걸기가 주저되는 시대였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중학 영어 교과서만 외우고 다 이해 해도 회화는 가능했을 텐데 참 어렵게 영어를 시작하고 배운 듯 하다.
큰 아이는 초 3때 영어를 시작했다. 아마도 그 전에는 영어를 배우는 학원을 안 보내다가 그 때부터 영어로 된 책을 읽히는 학원을 보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주위에 아이 영어교육에 열심인 엄마들을 통해 들은 정보를 요약해 보니 영어는 처음에 파닉스를 기초로 시작하는 것이 확실히 내가 배우던 영어 습득 방법은 아니었다. 파닉스를 기초로 자기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읽어 가며 단어를 늘려 가며 또 책을 읽어 가는 것이 내 보기에도 영어 교육 시작의 방향으로 맞게 보였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도 책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외국어인지라 힘에 부쳤다.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로 좋은 외국어 습득, 학습 습관이 길러지도록 한다고 했지만 영어는 엄마 입장에서 보기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과목임을 확인한다. 이과 전공인 탓에 문제를 해결해 가는 재미가 있고 답이 바로 도출되는 수학, 과학을 좋아하다 보니 먼지 쌓이듯 쌓인다는 영어가 길고도 지루한 여정으로 느껴진 듯 하다. 내 DNA를 물려 받아서인지 이과 성향이 큰 아이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영어는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나보다는 영어 습득이 나아 보였다.
수많은 국제학교들이 혼재하는 상하이에 있다 보니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이 주위에 많다. 하루 아침에 얻은 결과가 아닌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 인내로 얻어진 것인 줄 큰 아이를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 영어에 문외한인 엄마를 둔 탓에 저절로 될 줄 알고, 저절로 되었을 줄 알고 늦게 영어 공인 성적을 준비하다 애를 먹은 큰아이를 지켜 보며 마음이 어려웠다.
비단 나만 그러지는 않았으리라. 한다고 했는데... 포기하고픈 순간을 넘어서 큰 아이가 영어를 계속하며 임계점 이야기를 한다. 컵에 물이 가득 차야 넘치 듯 영어도 컵에 물이 가득 차 넘칠 때까지 단어 습득량이 존재하고 읽는 양이 존재함을 이야기 하며 깨달은 듯 물이 넘치 듯 좀 더 영어에 자유로워진 아이를 보았다. 오랜 인내와 수고로 누군가는 먼저 그 임계점에 도달하고 누군가는 나중에서야 도달하기도 함을 보게 된다.
영어와 중국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다. 짧고 부족한 영어지만 학교 선생님을 만날 때나 외국인을 만날 때 주저하지 않는다. 겁이 없어서기도 하거니와 나는 외국인이고 한국 아줌마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영어만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서이다. 대입을 위해 영어를 준비하는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그 임계점을 향해 조금씩 물을 부어 볼까 한다. 언제 그 컵이 넘칠지 모르지만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나도 조금씩 부어 보려 한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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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