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딸만 있어서 몰라" 아이들 청소년이던 시절 딸만 셋인 친구와 아이들 진로 문제로 이야기 끝에 무심히 내뱉은 내 말에 친구는 발끈해 딸 아들이 무슨 차이냐며 토라졌던 일이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나에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격어 보니 "네 말이 무슨 뜻인지 또 어떤 기분인지 조금은 알듯하다"는 소리를 했다.
물론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애쓰고 하는 것이야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은 하지만 시대가 많이 달라진 것과 관계없이 아들 가진 엄마로 가장으로 살아가야 할 부담이 큰 것과 그래서 따르는 강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딸은 딸대로 여전히 느껴지는 사회적 차별과 여러 부분에 피해의식이 있겠지만 아들들도 역차별을 느끼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요즘같이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는 여러모로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아들이 드디어 전역을 했다.
큰 아들 때도 그랬지만 입대해 있는 동안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슴을 조리고 의무라는 그 의무가 왜 남자에게만 지워져야 하는지 젊은 청춘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왜 그곳에서 21개월을 보내야 하는지 속상한 마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 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미치면 뭔가 부당하다는 마음에 기분이 상하곤 했다.
남편은 그래도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큰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기 힘들다. 부족하더라도 내 조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소리 이지만 이건 애국심에 자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가 위정자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듯 한데 애꿎은 우리의 아들들만 의무라는 틀 아래 묶여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니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가끔 아들 녀석들이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이 이것 저것 챙겨주고 용돈도 주기도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그래, 우리 아들 덕분에 너희들 잘 살고 있으니 잘해줘라" (물론 친구끼리 하는 소리지만) 하며 웃지만 사실은 꼭 농담 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분들께도 부탁하고 싶다. 우리의 아들들에게 잘해주시라고.
두 아들 모두 한번도 면회를 못 갔지만 씩씩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전역을 했다. 가슴이 넓고 시원한 웃음을 쏟아내며 들어서는 아들을 안았는데 이제는 아들의 품에 내가 안기게 되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두 아들 모두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보다 성장한 아들들의 모습에서 감사와 희망을 본다.
“수고했다 아들아! 네 인생에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모두가 해야 할 숙제 하나 완성했구나.”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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