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춘절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신혼 첫날 밤 신랑이 신부를 망치로 내리쳐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결혼예물'이었다.
허난성(河南省) 안양시(安阳市) 탕인현(汤阴县)에 사는 천(陈, 67) 씨는 아들이 가진 게 없어 장가를 못 가자 신혼집과 11만 위안의 결혼예금을 마련해 신부 측에 주었다. 부부가 평생 모아온 돈도 모자라 20만 위안이 넘는 돈을 빚져서 마련한 집과 예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신혼 첫날 밤 신부는 예물이 부족하다며 신랑을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화가 난 신랑은 결국 아내를 망치로 내리쳤다.
이 사건은 중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결혼예물’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상 중국사회는 자동차, 집, 현금이 결혼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평범한 가정의 부모들은 아들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등허리가 휠 지경이다.
4년 전 중국에서는 각 지의 결혼예물자금을 표시한 ‘예물지도’가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불과 4년 사이 농촌 지역의 결혼 자금은 두 배로 늘었고, 여기에 자동차와 집까지 추가됐다.
올해 27살의 샤오안(小安) 씨는 허베이성 바오딩시(保定市)의 중학교 교사다. 지난해 말 연애결혼을 한 그는 결혼예금 6만6000위안과 자동차, 집을 마련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에 연애결혼을 했기 때문에 예금이 많지 않아도 결혼이 성사된 경우다.
그는 “남자의 직업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결혼예금은 최소 10만 위안부터 시작하며, 집과 자동차도 있어야 한다”며 “이 정도는 농촌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여기에 ‘완자천홍일편녹(万紫千红一片绿)’이 준비되어야 한다. 즉 1만(万) 장의 5위안(자색) 지폐, 1천 장의 100위안(홍색) 지폐와 50위안(녹색) 지폐 한 장으로 최소 15만 위안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예물지도’에서 허베이성의 평균 예물액은 ‘1만 위안의 현금과 3금(금팔찌, 다이아몬드 반지, 다이아몬드 목걸이)’으로 총 3만 위안가량이 소요됐다. 하지만 지금은 15만 위안으로 5배가 늘었다. 여기에 집과 차는 별도로 추가된다.
조사결과 허난, 산동, 구이저우, 간쑤, 산시(陕西) 등 가난한 지역일수록 결혼자금이 더욱 높은 특징을 보였다. 4년 사이 구이저우의 결혼예금은 2만 위안과 가전제품에서 8만8000위안에 ‘3금’으로 늘었고, 산시는 3만 위안과 ‘3은(银)’에서 10만 위안과 ‘3금과 자동차’로 늘었다. 간쑤 일부 지역은 결혼예금이 18만 위안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 4년간 1선 도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상하이는 여전히 결혼예금 10만 위안과 집 한 채로 큰 변화가 없다. 베이징의 결혼예금은 1만 위안과 예물에서 20만 위안과 집 한 채로 늘었고, 광저우는 1만 위안과 ‘3금’이 총 5만 위안으로 올랐다.
조사결과 서부지역의 결혼예금이 동부 및 남부 지역보다 높았고, 빈곤한 산악지역의 결혼예금이 도시 변두리 지역보다 높은 특징을 보였다.
한편 일부 대도시와 남방의 경제가 발전한 일부 농촌 지역 및 장강(长江)유역 지방은 결혼예금이 오히려 낮아졌다.
허쉐펑(贺雪峰) 화중과기대학 향촌연구센터 주임은 “화남농촌 지역은 종족성향이 높은 지역으로 외지 남성이 현지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고, 개혁개방 이후 화남 농촌 지역 여성들이 외지로 일을 나가면서 자유 연애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강 유역의 충칭시, 우한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결혼예금 ‘0원’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부 신부 측 부모들은 결혼예금을 딸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거나 신랑 측과 같은 수준의 혼수를 마련한다. 허 주임은 “이 지역은 남아 출산율이 비교적 낮아 남녀를 동등하게 대우하며, 자유 연애 기틀이 잘 마련되어 있어 남녀 부모의 재산이 세대 간 이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차츰 나타나고 있다.
대량의 외지인구 유입, 남녀평등, 자유 연애,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딸의 행복을 고려해 신랑 측에 무리한 결혼예금을 강요하지 않으며, 일부 신부 측 부모는 오히려 신랑 측과 합동해 집을 사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고공 행진하는 결혼예금의 원인이 ‘남다여소(男多女少)’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남녀 성비가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빚었으며, 농촌 지역 여성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발달이 더딘 농촌 지역에서는 여성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 총각들이 배우자 찾기가 어려워지고, 농촌 여성들의 결혼예금 요구는 더욱 까다로워진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농촌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농민들의 수입증가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줄이는 대책이 마련되면 차츰 ‘남녀평등’ 의식이 퍼지고 결혼예금에 대한 문제도 풀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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