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 만에 한국과 합작한 백화점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주중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산해도 너무 한산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유는 짐작하고도 남았다. 요즘 뉴스나 신문을 보면 정말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사는 동안 요즘처럼 흉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도 어수선한데 이 곳에선 오로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몇 년 전 중일 관계 악화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일본 교민들 및 일본업체에서 일하는 중국인들까지 피해 입는 걸 보면서 나는 한국사람이라 다행이구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엔 남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 때 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살벌한 느낌이 든다. 한류열풍으로 환영을 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 순간에 이렇게 천대를 받다니….
남편회사는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도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나 또한 두 아이를 로컬학교에 보내고 있는 터라 긴장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내가 직접 피부로 느낀 위압감은 중국생활 통틀어 처음인 것 같다.
중국 친구들 모멘트를 보면 얼마나 큰 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은 요 며칠 사드 반대를 외치며 한국을 비하하는 모멘트를 자주 올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지 않은 중국친구들도 많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극우파는 항상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너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평소보다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일상생활이 불편할 만큼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한편으론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만, 한편으론 ‘당하는 입장이 아니니 저렇게 편하게 말하지’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라도 이렇게 말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아이들한테도 설명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쉽게 풀어 설명해 주었지만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중국이 왜 우리한테 해코지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는 눈치다. 엄마가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니 그저 복종할 따름이다. 중국에 적응 잘하고 중국을 제 고향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나 나에게나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얄궂다.
‘이 또한 지나가리, 빨리 지나 갔으면’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것이 어디 바람으로만 되는 일인가! 남의 나라에 둥지를 트고 산다는 게 정말 녹록하지가 않다. 다치는 사람 없이, 억울한 사람 없이, 이 폭풍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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