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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나의 고향

[2017-03-28, 09:28:03] 상하이저널

오늘도 남편은 나를 보고 "어리버리 강원도" 하면서 놀린다. 물론 내가 살짝 둔한 것은 있지만 강원도 사람을 비약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그렇게 말하면 팽~ 하는 내 모습이 우스운지 걸핏하면 놀리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강원도 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왕십리인데 어릴 적 나를 "왕십리 똥파리" 라고 놀렸던 것을 생각하면 그 당시 그곳이 그리 번화한 곳은 아니었나 보다.


'고향' 하면 태어난 고향과 마음의 고향 그리고 정신적 고향이 있는 것 같다. 태어난 고향이야 말 그대로 내가 태어난 곳 그곳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 생명이 시작된 곳 이다. 하지만 마음의 고향은 늘 그립고 내가 지쳤을 때 주름이 하나 둘씩 늘어갈 때 떠오르고 생각하면 마음에 평안과 미소를 가져다 주는 것에 틀림이 없다.


나의 어릴 적 고향은 강원도 산골마을 이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하늘이 산 안에 있는 듯 하고 길은 삼거리 사거리도 없는 외줄 길 이었다.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차거운 물이 항상 넘쳐 흘렀고 밤에는 부엉이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알 수 없는 짐승들 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린 마음에 이불을 뒤집어 쓰곤 했다.


이렇게 그곳에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내며 온갖 소녀의 추억이 나의 첫번째 마음의 고향으로 내 가슴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서울로 와 공부하고 일을 하고 지금 남편을 만나 사랑도하고 결혼하고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다가 이곳 상하이에 온지 만 13년. 곧 이사를 한다. 막상 이사를 한다 하고 둘러보니 그 동안 불어난 짐들이 심난하게 다가온다. 13년중 8년을 이곳 칭푸에서 살았다. 어지럽게 널려진 짐들과 함께 이곳에서 크고 작은 많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어제는 마침 연우네 가족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며 이곳에서 이웃으로 첫 상하이 생활을 시작했던 이야기를 하며 즐거웠던 함께여서 좋았던 추억들로 행복해했다. 낯설었지만 서로 의지했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힘들다는 기억이 아닌 기뻤던 기억으로 가득하다는 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이렇게 나의 안식과 위로의 추억이 있는 첫번째 고향이 유년의 강원도 산골 이라면 두번째 마음의 고향은 이곳 상하이 외곽에 자리한 칭푸가 될 것이다.


이사를 해야만 짐 정리가 된다라는 말들을 한다. 버려야 할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구석구석 이것저것 무엇이 이리도 많은지. 구석에서 편지 뭉치를 발견했다. 2년전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며 가져온 것인데 아버지의 성경책은 지금 내가 읽고 있지만 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쯤부터 난 홀로 계신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에 매주 편지를 써 보냈는데 지퍼백안에 가득한 편지봉투엔 꼼꼼하신 아버지 성격대로 일일이 날짜를 적어 놓으셨고 마음에 와 닿는 글에는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으시고 몇 마디 적어놓기도 하셨다. 게다가 마지막 편지는 " 아버지, 작은 아들이 군대를 가게 되었어요. 곧 아버지를 뵙게 되겠네요. 아버지 만날 날이 기다려 집니다'로 끝나 있었다.


그렇게 난 아들을 군대 보내러 가서 준비도 없이 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정신적인 고향 하면 많은 이들이 제일 먼저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유년엔 조부모님, 청년 땐 어머니, 그 후 17년을 홀로 계시며 항상 기도로 나를 후원하시고 사랑하셨던 아버지 모두들 떠나셨다. 지금 내겐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만 사무친 고향. 그러나 지금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정신적인 고향을 만들어 주셨듯이 이젠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고향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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