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베이징 훠궈 전문점 ‘동라이순’은 190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이다.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 ‘진취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식당으로 베이징에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베이징에서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난징동루에 자리한 상하이 분점 역시 저녁이 되면 베이징 훠궈를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흔히 ‘훠궈’하면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쓰촨식 훠궈를 떠올리는데, ‘솬양로우(涮羊肉)’라고 불리는 북경식 양고기 훠궈 역시 수백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요리로 따뜻하고 담백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깔끔하고 모던하면서도 베이징 전통 훠궈 전골냄비, 중국 옛 거리 사진 등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개성 있게 꾸며놓아 상하이에 방문한 지인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다.  

‘솬양로우(涮羊肉)’는 원(元)나라 궁중요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원(元) 세조(世祖) 쿠빌라이(Khubilai，忽必烈)가 전쟁터에서 시간이 없어 끓는 물에 양고기를 얇게 썰어 데쳐 먹는 데서 기원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쓰촨식 훠궈는 각종 향신료와 식재료를 넣어 진한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지만, 베이징 훠궈 솬양로우는 육수가 아닌 칭탕(清汤)을 써서 재료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주문하기에 앞서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훠궈 냄비를 선택하는 것이다. 동라이순에는 종류의 훠궈 냄비가 있는데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가 낮은 것은 전기 가스레인지로 탕 및 음식을 조리하는 현대식 훠궈이고, 키가 높은 것은 숯을 사용해 불을 내는 전통 훠궈다. 전통 훠궈의 경우 숯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의 온도가 높아 전통 방식 그대로 뜨겁게 끓는 물에 고기를 빠르게 데쳐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현대식 훠궈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를 선택한다. 

그 다음은 훠궈 국물을 내는 재료(锅底)를 선택해야 하는데 정통 베이징 훠궈를 맛보고 싶다면 백년전통 훠궈탕(百年传统)을 추천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탕은 아주 담백하고 깔끔하게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인지라, 평소 진한 육수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동라이순 솬양로우 대표 소스인 고소한 땅콩소스와 마늘소스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진한 육수를 선호하는 사람을 위해 마라탕 등의 다른 육수도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고르면 된다. 

전통 방법을 따라 손으로 직접 썬 양고기는 동라이순의 최고 인기 메뉴다. 이왕이면 전통 방법 그대로 재현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그런지 기계로 썬 똑같은 부위의 양고기가 대략 10원 정도 더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직접 썬 양고기가 인기가 훨씬 좋다. 생각보다 작은 양에 실망할 수 있지만, 먹을수록 꽤 양이 많다고 느껴지는 메뉴다. 양고기의 신선함은 비린 맛의 차이에서 분간할 수 있는데 동라이순의 양고기는 생고기를 사용해서 그런지 비리지 않고 양고기 본연의 고소한 향이 좋다. 목심(lamb neck)은 약간 질긴 부위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갈빗살(Rib) 부위 역시 추천한다.  

‘솬양로우(涮羊肉)’로 유명한 동라이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양고기가 주된 고기 메뉴이지만, 소고기 메뉴도 꽤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돌돌 말아져 나오는 소고기 차돌박이(相间肥牛)는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적당히 기름기가 있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다. 

동라이순에 가면 테이블마다 꼭 올라와 있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炸豆腐(Fried Doufu Skin)다. 튀긴 두부를 꼬챙이 꿰어 제공하는 이 요리는 독특한 비주얼 때문에 특히 인기가 좋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 역시 훌륭한데, 고기 요리보다 더 손이 갈 정도로 동라이순 백 년 전통 훠궈탕(百年传统)과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메뉴다. 맛있게 끓는 훠궈탕에 튀긴 두부 꼬치를 살짝 만 담갔다가 빼어도 담백하고 깔끔한 육수가 두부에 촉촉이 베어 들어 고소한 육수가 입 안에서 한가득 퍼진다. 

동라이순에서 훠궈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양꼬치에는 칭다오’라는 유행어처럼 중국 음식 특히 북방 지역 음식 하면 생각나는 음식으로 양꼬치를 빼놓을 수 없다. 길거리 양꼬치와는 비교 불가. 큼직한 덩어리의 양고기는 매운 향신료를 전혀 안치고 커민(Cumin) 가루만 살짝 뿌렸을 뿐인데 양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맛있어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메뉴다. 

진짜 중국식 짜장면을 맛보고 싶다면 동라이순에서 시도해 보자. 한국식 짜장면과는 다르지만, 짜장 소스가 강하지 않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적당히 꼬들꼬들한 면 위에 얹어져 나오는 숙주, 오이, 파, 콩은 대충 투박하게 얹은 듯하지만 짜장 소스와 묘하게 잘 어우러져 느끼함을 없애주고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예쁜 찻잔 또는 액세서리를 올려놓아야 할 것 같은 중국 전통 원목 장식대에 각양각색의 디저트를 올려놓은 후 제공하는 胡同印象(Hutong Impressions)은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메뉴 이름처럼 인상적인 외관만큼 맛 역시 하나하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 고소한 콩고물을 듬뿍 묻힌 과자, 마치 우리네 양갱 같은 익숙한 맛의 간식 등 다양한 중국 전통 간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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