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을 중국으로 옮기고 난 후부터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의 연락은 뜸해질 대로 뜸해졌다. 어쩌다 소식이라도 듣게 되도 선뜻 먼저 연락하기가 꺼려졌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 지인들과 하나 둘씩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대학동창의 SNS를 보게 됐다. 한국서 생활하는 친구의 사진을 보니 부러움 반, 추억 반에 잠겨 한참 동안을 뒤적이며 동창의 사생활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와는 4년동안 선전에서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함께 생활한 친구라 졸업을 하고도 각별하게 지냈던 친구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중국에 살면서 1년에 한 번 안부를 물을까 말까 하는 사이로 멀어졌다. 오랜만에 친구의 사진을 보다 보니, 사진 몇 장이 눈에 띄었다. 이 친구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우리 아랫집 사는 엄마와 너무나도 닮아 보였다. 처음엔 많이 닮았네 했는데, 보면 볼 수록 아랫집 엄마와 너무나 똑같아 보였다. 혹시나 싶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혹시 상하이에 사는지 물어보았더니, 상하이에 산다는 대답이 왔다. 상하이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동네 이름은 잘 모르겠다고 해서, 혹시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참 후에 답이 왔다.
딩동댕~
세상이 넓고도 좁다더니 정말 세상 틀린 말 하나 없다. 평소 웃는 얼굴로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 사이였으니 망정이지, 혹시라도 서로 못마땅한 사이였음 어쩔 뻔 했나 싶다. 이래서 죄짓고 살면 안되는가 보다. 나는 아랫층 엄마가 내 친구의 중고등학교 절친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얼른 아랫층으로 내려가 벨을 눌렀다. 이미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아랫집 엄마도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우린 그렇게 한참 얘기꽃을 피웠고 위 아랫집으로 살면서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됐다.
위 아랫집으로 1년 가까이 살다가 서로 아이들 학교 때문에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뜸해졌었다. 그러던 그 친구가 얼마 전 둘째를 출산했다는 연락이 왔다. 첫째 아이가 이미 커서 둘째를 갖은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오랫 만에 아기도 볼 겸, 출산해서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갔다. 몇 년 만에 처음 신생아를 보니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작았었나 싶다. 산모 아이 둘 다 너무 건강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 타국에선 건강보다 최우선인 게 없기에 건강하다는 얘기에 마음이 편해졌다.
아이들끼리도 어렸을 땐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친구였는데 오랜 만에 만나니 서로 기억을 잘 하지 못했다. 함께 했던 일들을 쭉 나열하고 나서야 비로서 ‘아~’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반갑다기 보단 그냥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제 갓난쟁이를 또 키워야 하는 친구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도 됐지만, 그 와중에 내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들었다. 옛날 어른들이 예전에 애를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다고 할 땐, 그게 어떻게 기억이 안날까 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뭐든지 직접 겪어 봐야만 제대로 안다. 병원문을 나서며 나는 한 번 더 다 큰 아이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사를 외쳤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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