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엄마들 소신 있는 사람 많아”
아침에 ‘띠롱’하는 톡 소리와 함께 날아온 친구의 메시지다. 어제 밤 한잠도 못 자고 아침에 아들 동원훈련 보내고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는 친구.
“왜 잠을 못 자? 무슨 일 있어? 불면증이야? 어디 아파?”
중년의 노파심이 발동해 속사포 같이 질문을 퍼부었다. 친구는 웃으며 앞집 남자가 술에 취해 새벽에 계속 문을 두드리는데 안에 있는 아내가 그 시간 동 주민 모두를 깨우고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소신 있게 무례히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그 소리에 잠이 깬 아들이 참다못해 뛰쳐나가 실랑이가 벌어져 싸움으로 번질까 말리느라 어찌나 힘을 썼는지 온몸이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3초 5초만 눈 마주쳐도 감정이 앞선다는데 자다 깬 아들녀석 감정이 편했겠냐만 앞집 소신있는 아낙네는 와중에도 문을 열지 않았고 결국은 누군가 신고로 경찰이 와서야 그 문은 열렸다고 웃지 못할 이야기를 했다.
짧지 않은 중국생활 자주하는 소리가 중국인들은 대부분 체면이 없다. 돈이 일푼이라도 엮이면 얼굴이 바뀐다 등등 여러 부문 단점들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우리도 그렇게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약간의 각자의 국민성이 있을 순 있지만 경쟁사회 인권을 부르짖는 사회가 되어가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중보다는 오히려 나의 이익 나의 인권에 더 촛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더불어라는 말은 적어지는 듯 하다.
결코 혼자만의 세상으로는 인권과 자유 사랑 이런 것들을 지켜낼 수 없을 텐데도 말이다. 누군가 얘기했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상대방 보다 조금 덜 생각하는 거라고. 그래야 더불어 아름답게 완성되어가는 살만한 세상이 조금이라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다음날 친구는 앞집 애기 엄마한테 물어봤다고 한다. 새벽에 왜 그랬냐고.
“요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 스트레스 받는지 자꾸 소리질러서 문 안열어 줬어요.”
아니 힘든 줄 알면서 저러다니. 친구는 얘기해보니 더 이기적인 것 같다고 했다.
“다음엔 화 나더라도 새벽에 문 열어줘요. 동네사람들 다 깨우지 말고”
카리스마 넘치는 내 친구 조용히 타이르고 돌아서 몇 발짝 가는데 뭐가 느껴졌는지 친구 뒤통수에 대고 죄송하다 하고 급히 가더라 한다. 난 물었다.
“앞집엄마랑 안 친해?”
“응, 엘베에서 인사만 하는 정도?”
“앞집엄마 일베야?”
“무슨 소리야?”
난청에 난독증이 생겼나? 난 왜 일베라서 인사만 하고 지낸다는 걸로 본거지?
“그러니 나이들수록 실수가 많아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우리도 쓸데없는 소신은 버리고 매사에 조심해 야해”
이렇게 어이없어 하며 서로 웃긴 했지만 우린 정말 실수가 용납되질 않는 때를 보내고 있다. 이기적이든 어쨌든 젊은이들은 실수로 이해하며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은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새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르는 부담스러운 자리인지 너무나도 잘아는 어른이 되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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