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10년을 넘게 살면서 처음보다 살기 편해진 건 물론이고, 한국 물건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에는 왠만한 한국 물건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예전엔 한인마트에 가야만 한국 물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한국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한국에 한번 다녀오면 식료품이며 아이들 내복이며 책이며 짐가방이 터져라 이삿짐 수준으로 물건들을 쟁여왔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한국을 가지 않아도 한국제품이나 음식을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어쩌다 귀동냥으로 듣게 되는 신제품도 타오바오를 찾아보면 대부분 물건은 다 구할 수가 있었다. 이제 한국가면 뭐 사올 것도, 무겁게 사올 필요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한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친절하냐면서 연신 감탄을 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친절한 사람 불친절한 사람은 있다며 아이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애썼다. 한국사람이 한국을 좋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타지를 한국보다 안좋은 곳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나라도 최고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좋은 곳으로 인식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주로 사람을, 나는 주로 물건을 보며 비교분석에 들어갔다. 아이들에겐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 반면 정작 상하이에 모든 게 다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는 대형쇼핑몰에 가서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엔 이렇게 큰 쇼핑몰도 없었었던 것 같은데 동네마다 대형 쇼핑몰이 대륙의 쇼핑몰 크기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안엔 처음보는 샵들과 제품들이 이렇게 많은지, 쇼핑몰에서 눈이 반짝 반짝 빛나는 엄마를 본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는 한국이 좋아? 중국이 좋아?"
'한국이 좋지!"
나는 곧장 대답했다. 아차차! 마무리를 잘 해야지.
“중국도 좋아.”
한국서 무겁게 사 들고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기라도 했던 건지, 나는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를 외치며 상하이에도 있는 물건을 브랜드와 맛이 다르다는 이유로 카트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시 한번 1인당 몇 Kg까지 짐을 부칠 수 있는지 비행기표까지 확인해가며 1Kg도 손해보지 않을 각오로 카트를 채웠다. 나갔다 오면 불어나는 물건으로 급기야 친정 엄마께서는 다 가져갈 수 있겠냐며, 이제 더 이상 짐을 늘리지 말라고 걱정하셨다. 내가 보기에도 이젠 이성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래, 가져가는 건 한계가 있지. 최대한 먹고 가야겠다!’
이런 나를 보며 한국 식구들은 상하이에는 이런 게 없냐며 안쓰러움 반, 비웃음 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하이에서 먹을 때도 한국 맛과 똑같다며, 엄청 맛있다고 먹었는데, 왜 한국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오늘도 맛집을 찾아 나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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