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드라마 감독이 일부 방송국이 돈을 받고 시청률을 조작하고 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에 따르면 중국 10대 드라마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궈징위(郭靖宇) 감독이 지난 15일 신작 ‘냥다오(娘道)’의 시청률과 관련해 여러 방송국의 금전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궈 감독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에 올린 ‘일어나, 시청률을 조작하는 검은 세력과 사생 결단을 내리라’는 글에서 모 방송국에게 시청률을 높여주는 대신 회당 90만 위안(1억 4800만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신작 ‘랑다오’가 80부작임을 감안해 보면 총 7200만 위안(118억 2000만원)을 요구한 셈이다.
궈 감독은 ‘랑다오’는 지난해 이미 촬영을 모두 끝마쳤지만 일부 방송국의 ‘시청률 강매’로 인해 방영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한 방송국은 시청률 값을 내지 않으면 궈 감독의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궈 감독은 관련 인사의 주선으로 만난 자리에서 “회당 90만 위안을 내면 시청률 1~2위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에 머물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방송국에서는 심지어 회당 130만 위안을 불렀다. 궈 감독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현재 ‘랑다오’는 베이징 TV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의 암묵적인 룰이 되어버린 ‘시청률 구매’를 실명으로 폭로한 이유에 대해 궈 감독은 “최근 드라마 톈성창거(天盛长歌)이 낮은 시청률로 14회가 편집된 뒤 모 방송국에서 회당 100만 위안을 제작자에게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은 있었다”며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 없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궈 감독의 폭로는 업계를 뒤흔들었다. 침묵으로 지켜보던 업계 관계자들은 자발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광선미디어(光线传媒) 왕창톈(王长田) 회장을 비롯한 드라마 감독 루촨(陆川), 천스청(陈思诚) 등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방송국의 횡포를 폭로했다. 이 밖에도 배우들과 드라마국 스태프들도 줄줄이 궈 감독의 용기 있는 행동에 응원을 보냈다.
중국 미디어 감시 기구 광전총국(广电总局)은 지난 16일 오후 위챗 공식 계정에 최근 불거진 시청률 문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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