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추절은 월요일이어서 간만에 대체 근무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중국에 살면서 여전히 불편한 것 하나는 바로 이 대체 근무일이다.
“회사만 가는 거 아니었어요? 학생들도 학교를 가요? 일요일도?”
대체근무일 때마다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90년대 처음 중국으로 유학 왔을 때 ‘대체 근무일’이라는 것과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이 유학생활을 하는 4년 내내 너무 불편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평일과 같이 수업을 받는다는 게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굳이 대체근무를 하면서까지 3일 연속으로 쉬고 싶지가 않았다. 이 불편함은 지금 중국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한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지금 중학생이 된 큰 아이는 운이 없게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체 근무일이 끼어 있어 매년 한 두 번은 일주일 연속 학교 가는 날이 있었다. 다행히 둘째는 첫째보다 그 횟수가 적다. 그 때마다 나는 정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나마 그 당시 종교가 없었던 나는 일요일에 아이를 등교시키는 것이 심적인 부담만 있을 뿐 등교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같은 반에 교회를 다닌다는 아이는 그날 학교가 아닌 교회를 선택했다.
급기야 담임선생님이 일요일 수업에 빠진 아이들을 불러 혼을 내기까지 했다. 대체근무일 이라고 학교 수업이 부실해지거나 대충 시간 떼우기식으로 흘러간다고 보면 큰 코 다친다. 대체 근무일은 그 어느 평일과도 같으며 심지어 시험이 잡히는 날도 있다.
이번 국경절이 그러하다. 국경절 연휴로 인해 9월말인 토요일, 일요일은 양일 모두 대체 근무일이다. 아이들이 며칠 연속 학교를 가니 힘든 것도 힘든 것인데, 종교활동이라던가 한국인끼리만 하는 단체 활동은 주말이라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중국현지에 편중해 생활을 하는 우리가족에게는 큰 불편함이 아닐 수 없다.
국제학교나 한국학교는 대체 근무일이 없기 때문에 주말 행사가 그대로 유지된다. 단지 중국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만 본의 아니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더욱이 큰 아이학교는 이번 일요일에 하루 종일 월말고사가 잡혀있다.
학교도 가야 하고 주말행사도 가야 할 땐 정말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주말행사라도 안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 아이를 위해 시간을 늦추는 배려까지 해 주시니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마다 왜 중국에서 중국법을 따르지 않느냐고 항변해 봤자 돌아오는 답은 한가지이다. 대다수가 다니는 한국학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란다. 한국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언어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년 몇 번 있지도 않은 대체 근무일을 겪을 때 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긴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아야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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