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아이 반 학부모들은 대부분 바링허우(80后), 80년대생들이다. 중국의 바링허우들은 한국 뉴스에도 많이 나왔던 ‘소황제’세대다. 산하제한으로 한 자녀만 가능했던 시대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부족한 것 없이 황제대접을 받으며 자란 세대들이다. 역시 소황제 세대답게 외모도 세련되고 경력도 화려한 학부모들이 많았다.
이들의 추진력은 70后인 내가 느끼기엔 전혀 거침이 없으며, 모든 결정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매 학기마다 가야 하는 학급 소풍의 장소 결정이라던가, 학급 발표회 내용이라던가, 한 번 만나면 몇 시간씩 의견을 나누던 큰 아이 때의 학부모들과는 달리 이들의 결정은 정말 빛의 속도와 같았다. 나는 이들과 만날 때면 ‘역시 80后야.’란 말이 절로 나왔었다.
그러다 작년 3학년 때 초등학교 행사의 끝판왕인 “저 10살 됐어요” 행사 때는 이들의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한국 돈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걷겠다는 공지가 올라 온 것이다. 큰 아이 때는 1인당 100위안으로 정말 알차게 꾸미고 맛있게 먹기까지 했는데…. 행사당일 우리 교실은 행사업체 사람들로 분주했다. 모든 장식을 이벤트 업체에 맡겨 버린 것이었다. 아치형 풍선 장식, 칠판을 뒤덮은 대형 장식 판넬. 이를 지켜보며 “우리가 했으면 이 시간 안에 다 못했을 거야. 역시 업체에 맡기길 잘했어”라며 자축하는 바링허우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바링허우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 이들과는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과 며칠 전 같은 반 엄마와 우연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4학년이 될 때까지 얘기 한 번을 나눠본 적이 없는 엄마였는데 우연히 아이들과 영화를 같이 보게 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의외로 말이 잘 통했다.
헤어진 다음날 바링허우답게 시간 내서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나 하자는 연락이 왔다. 약속장소를 정하면서 요즘 한인타운에서 제일 핫 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나도 안 가본지가 오래라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고깃집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한국음식은 불고기 말고는 없냐는 물음에 왜 없냐고 큰소리는 쳤으나 머릿속에 도무지 떠오르는 식당이 없었다. 신랑은 고깃집 가서 고기 말고 다른 걸 시키면 되지 않냐는데,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식당은 동북요리부터 광동요리까지 쫙 꿰고 있으면서 정작 한국식당은 이렇게도 모르고 있었다니. 중국 생활도 중요하지만 내 나라를 소개 할 줄 도 알아야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얼마 전 한국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아졌다는 이 바링허우 엄마 덕분에 나도 요즘 한인타운에서 핫한 곳이 어디인지, 중국친구들한테 소개할 만한 맛 집은 어디인지 관심을 갖게 됐다. 상하이에 이렇게 번듯한 한인타운이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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