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느긋하게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문득 나에게 묻는다. 중산층의 기준이 뭐라 생각 하냐고. 그러고 보니 정말 예전엔 기준이랄 것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충 먹 고살 걱정이 없으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웬만하면 만족하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남편이 한국 직장인들의 중산층 기준을 나열할 때,
-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 월급 500만 원 이상
- 자동차 2000cc급 중형차
- 통장 잔고 1억 이상
- 해외여행 1년에 몇 회 이상
“그럼 우린 빈곤층인가?”
그리고 갑자기 밀려오는 암울함으로 위축되는 내 모습에 당황하는데 곧이어 남편은 그런데 프랑스의 P대통령이 말한 중산층 기준은 우리와 다르다며 계속해서 이야기 했다.
-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 한 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할 줄 알 것.
- 사회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어, 그럼 우린 중산층 이네"
내 간사한 마음은 먹구름에서 어느새 화창한 날씨로 변해있었다. 그러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선진국들과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을 확인하며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등등.
소득으로만 분리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의 중산층에 대한 개념과 의미, 이념과 목표 행복한 삶의 기준이 너무나 다른 것에 놀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조선시대 우리의 조상들의 중산층 의식은 지금의 선진국과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이다.
-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이 있고,
-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이 각 두어 벌 있을 것.
-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다릴 화로 하나,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하나, 봄 경치 찾아 다닐 나귀 한 마리.
-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 하고 사는 것.
하지만 조상들의 이런 아름다운 의식이 언제부터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로 치달으며 우리나라 중산충의 기준이 경제적인 것으로만 평가되는 듯한 향상을 보이고, 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빈곤층이라 생각하는 기막힌 현실이 되었는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닌 무엇이 되느냐가 우선순위가 되는 교육아래 그 목표를 이룬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목적 없는 삶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것이 사회악으로 나타나는 현실에 우리 기성세대들은 얼마나 책임감을 느끼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 살아있는 전설? 이국종 교수님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윗사람이나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내 일의 의미를 잊으면 안된다. 정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는 거다.”
이웃 남편이 진급을 한 것이, 친구의 아내가 그렇게 예쁜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기에 나와 내 가정의 갈등의 원인이 되어선 안된다. 사람은 모두 결국은 자기의 길을 걷는 거다. 중산층이란 뭘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함께 보조를 맞추며 나의 길을 성실하게 가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중산층이 아닐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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