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졸업했고, 지금 현재 작은아이가 다니고 있는 로컬 초등학교는 매년 연말이 되면 ‘游园活动’이라고 해서 반마다 재미있는 게임과 음식을 준비하고, 전 학년 학생들이 돌아다니면서 게임도 하고 음식도 사먹는 그야말로 아이들에겐 놀이동산 못지않게 신나는 날이다. 나 또한 큰 아이가 입학하던 해부터 올해까지 쭉 8년동안을 한 해도 빠짐없이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큰 아이가 입학을 하던 해 담임선생님은 이날 와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부탁해왔다. 선생님이 부탁하시니 뭔지도 잘 모르고 흔쾌히 하겠노라고 답변을 드렸다. 1학년때 시작된 김밥과 떡볶이는 큰아이가 졸업하는 5학년까지 고춧가루만 바뀔 뿐 똑같은 레시피로 5년을 이어갔다.
한 번은 좀더 중국아이들 입맛에 가깝게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고춧가루를 줄이고 케첩을 넣어봤다. 같은반 중국아빠는 자기가 먹어본 떡볶이 중에 최고라며 엄지척을 보여준 반면, 같은반이었던 한국 아빠는 떡볶이맛이 뭐 이러냐며 이건 한국식 떡볶이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날 떡볶이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저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며 친구들한테 자랑을 해댔다. 이미 학교에선 많은 한국엄마들이 음식을 담당하고 있었다. 잡채, 불고기, 김치전, 떡, 어묵 등. 중국엄마들은 한국엄마들은 어떻게 이렇게 다 요리를 잘하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둘째가 입학한 후엔 각자 반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던 것을 1층 식당을 아예 음식구역으로 정해놓고 모든 학년이 전부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게 됐다. 각 반에서 했을 땐 그 층에 있는 몇 몇 반만 눈에 보였는데 한 곳으로 모이니 어느 반이 뭘 하는지 한눈에 보였고, 이 때부터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됐다.
난 아직도 작년의 풍경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다란 솜사탕 기계,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다란 팝콘 기계, 큰 상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시지 기계까지…. 덕분에 신이 난건 아이들이었다. 솜사탕 줄은 끝이 없었고, 팝콘도 쉴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나도 내 음식을 다 팔고 구경을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설탕을 녹여 용이며 나비며 옛날 길거리에서 ‘뽑기’해서 먹던 그 노란 사탕을 만들고 계시는 게 아닌가! 아마도 손주 때문에 오셨으리라. 연탄불에 녹인 설탕이 정교한 손놀림에 금새 용이며 나비로 탄생했고, 그걸 받아 든 아이들은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너무나 행복해 했다.
‘이거 갈 수록 장난이 아닌데….’
나도 매운 떡볶이에서 작년엔 궁중떡볶이로 나름 변화를 줬는데 왠지 밀려도 한참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 해는 작은아이 생일 때 만들어 환영을 받았던 불고기 버거를 만들었다. 불고기 굽는 냄새가 식당전체를 꽉 채웠고, 빵집을 하시는 같은 반 엄마가 만들어온 빵에 불고기를 넣어 2위안에 파니 금새 완판됐다. 우리반 아이들한텐 돈을 받지 말라는 둘째 아이의 요구에 따라 반 아이들이 오면 눈치껏 햄버거를 하나씩 찔러주니 그 재미 또한 쏠쏠했다. 사실 말이 완판이지 공짜로 찔러준 햄버거가 상당수였다.
이제 내년 한 번만 더 하면 이 행사도 끝이다. 이 아이들을 언제 다 키우나 싶었는데 내년엔 졸업반이라니. 아이들 덕분에 나 또한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생긴 셈이다. 둘째아이 행사사진을 모멘트에 올렸더니 먼저 졸업했던 엄마들이 그때가 생각나고 그립다며 많은 댓글을 달아주었다. 학교 연말행사를 끝으로 이렇게 또 한 해가 다 갔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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