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개할 책은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이다. 오래 전 드라마화되어 한의학에 관한 온 국민의 관심을 최고조로 이끌었던 바로 그 책이다.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에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여러 상황 때문에 많은 논란을 낳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의 허구성을 떠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계속 떠올리게 됐다. 그 시절 궁궐 안에서 일어났던 권력자들 간의 암투와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보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상기해볼 수 있었다.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 내의원으로 들어가기까지 의사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허준의 삶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독자들의 지친 발걸음에 위로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생의 역경 속에서도 깊은 산 속 어딘가에 늘 있는 샘물처럼 잔잔히 묘사된 허준 가족의 지지와 사랑은, 가족 속에서 내 역할을 돌아보게 했다.
눈에 보이는 부와 권력, 미모가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오늘의 세태에 어울리지 않는 진부한 교훈일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영달보다는 의사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인간에 대한 애정,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묵묵히 한 길을 가는 허준의 삶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귀중한 모범이 될 것이다.
비록 집필 과정에서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4권으로 계획되었던 작품이 3권으로 마무리돼 내의원 어의로서의 허준의 이야기와 동의보감이 완성되는 결말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디지털시대 SNS의 홍수 속에서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진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오래된 장맛과 같은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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