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초등학교를 다니는 둘째 아이가 얼마 전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생일초대를 받았다. 태어나서 가장 중요하다는 10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 남학생은 반전체 학생을 초대했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100명이 넘는 인원을 초대했다. 100여명이 파티에 참석한 것이다.
초대장에는 대규모 생일파티답게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빈틈없는 일정이 쓰여져 있었고, 금융업에 종사하신다는 이 학생의 학부모는 모든 일정을 ‘돈’과 관련된 설명회와 게임으로 채워 놓았다.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게 ‘돈’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됐고, 본격적으로 조를 나누어 ‘모노폴리’라는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이 길어지면서 웃자고 시작한 게임은 어느새 웃음기는 사라지고, 모두들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그 새 몇몇은 벌써 파산을 해버려 표정관리가 안됐고, 파산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줬지만,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게임에 ‘몰입’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둘째 아이와 나는 그냥 즐겁게 참가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 빚을 얻어 샀던 방 3칸짜리 아파트를 고가에 팔게 되면서 한 순간에 벼락부자가 됐다.
‘게임이나 현실이나 역시 부동산을 사야 부자가 되는구나!’
나는 속으로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며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진행자가 오더니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우리가 일등을 할 수 있을 거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중계방송을 했다. 둘째 아이와 나는 살짝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게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끝이 났고, 진행자의 예상대로 둘째 아이와 내가 정말 1등을 했다. 진행자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자산을 모았는지 모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며 나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운이 좋았어요!”
아차 싶었다. 그 당시 내가 심취해서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이 ‘운’에 관한 책이었고, 운이 좋아 이룬 성취를 모두 자기 실력이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요지의 책이었다. 운이었음이 분명했지만,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구성원을 생각했다면 최소한 ‘운’얘기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얼른 부동산을 적재적소에 잘 팔아 모은 자산으로 재테크를 잘 해 일등을 한 것 같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운이었어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회사직원들까지 총동원돼 아이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한 생일파티에 내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다시 한번 말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지금까지도 반성하고 있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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