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브 폰팅 | 그물코 | 2010.09.01
이제 녹색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다
나는 스무 살에 임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후 이십 년 넘게 산림사회학에 깊이 관심을 두어 왔다. 산림사회학은 늘 내게 ‘환경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형성하고, 인간은 어떻게 환경을 변화시켰나’를 다루는 매력적인 분야였다.
<녹색 세계사>는 나뿐만 아니라 환경사에 관심을 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은 ‘과연 인간은 자원들을 보존하면서도 자연계를 파괴하지 않는 생활양식을 찾아내어 왔는가?’ 하는 기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경이 아니라 인간이 항상 중심이었던 인류사에서 과감하게 환경을 주인으로 내세워서 마치 환경이 인류 집단이 저지른 폭력에 희생된 약자인 것처럼, 다른 한 편으론 그 폭력의 결과로 엄숙하게 인간을 응징해왔던 절대자인 것처럼, 인간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살아낸 역사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인간은 늘어나는 인구와 점점 진보하는 문명과 사회를 감당하기 위해 환경을 이용해왔다. 삼림을 경작지로 바꾸어서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하고, 수자원, 광물자원, 동물자원 등 더 많은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구환경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인간 역시 지구를 떠나서 살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각성이 객관적이고 냉철한 서술을 따라서 몇 번이고 반복된다. 이스터섬의 문명은 모든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 버렸고, 마야 문명은 지나친 관개 작업으로 인해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국가의 상부 구조에 균열이 오게 돼 쇠퇴하게 된다.
<녹색 세계사>는 이러한 역사적 근거를 통해 만일 지금의 우리도 '환경과 제대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체제'를 고안해 낼 수 없다면 결국 현 인류 역시 멸망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의외로 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속 가능한 개발’이 새로운 체제의 핵심이 되어 주리라고 기대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아메리카 인디언인 스콰미시 부족의 시애틀 추장이 1854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로 글을 맺을까 한다.
“짐승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입니까? 모든 짐승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어갈 것입니다. 짐승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우리 자녀에게 가르쳤던 것을 당신의 자녀들에게도 가르치십시오. 땅은 그들의 어머니라고. 땅의 운명은 땅의 자손의 운명이 될 것입니다. 땅에 침을 뱉는 것은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입니다. 지구가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 속한 것입니다. 인간은 생명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 중 한 가닥의 실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미줄에 가하는 일은 자신에게 가하는 일입니다.”
설미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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