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44] 뭇 산들의 꼭대기(群山之巅)

[2019-07-20, 05:07:39] 상하이저널
츠쯔젠(迟子建) | 은행나무 | 2017.10.

<뭇 산들의 꼭대기>는 중국 소설가 츠쯔젠(迟子建)이 2015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츠쯔젠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루쉰 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중국 최고 문학상인 마오둔 문학상까지 받은 1964년생 동북 헤이룽장성 출신 한족 소설가이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세 쪽이나 할애해 그려놓은 주요 등장인물 관계도다. 40여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게다가 중국 이름이다 보니 중국어가 익숙한 나도 기억하기 쉽지 않아 여러 번 들춰보곤 했다. 그만큼 서사구조가 방대하고 수십 년을 아우르는 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그리고 매우 치밀하고 웅장하게 펼쳐진다. 

이야기는 중국 북방의 한 (가상의) 소도시 룽잔진이란 곳에서 시작한다. 도축업자 신치짜 가족과 사형집행자 안핑 가족을 중심으로 한족과 소수민족, 풍속과 신화, 눈물 어린 민초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종횡무진 이어진다. 타고난 이야기꾼이 펼치는 생생한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뭇 산들의 꼭대기>는 마치 한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 때론 지나치게 통속적이면서도 현시대의 가치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풍자한다. 예상치 못한 유머와 반전들은 눈코 뜰 새 없는 하루 사이사이 책을 펼치는 나에게 작은 위로가 돼주었다.

읽다 보면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 작품 속 ‘젠더’에 대한 작가의 시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 ‘중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덧붙여, 소설 속엔 참 많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油条, 煎饼, 芝麻汤圆, 火锅 등의 익숙한 음식들은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쏠쏠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무더운 여름, 이 책 한 권으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중국인들의 변화무쌍한 삶이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길 기대한다.

채진원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상하이 新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国六' 7월부터.. hot 2019.07.16
    7월부터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지역에서 자동차 배기량 신 기준인 '궈6(国六)'를 시행함에 따라 기존 '궈5(国五)'기준으로 생산된 자동차는 조만간..
  • [책읽는 상하이 43] 녹색 세계사 2019.07.16
    클라이브 폰팅 | 그물코 | 2010.09.01이제 녹색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다 나는 스무 살에 임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후 이십 년 넘게 산림사회학에..
  • 알리바바, 1대 8로 주식 분할… 본격적인 홍콩 상.. hot 2019.07.16
    알리바바, 1대8로 주식 분할…본격적인 홍콩 상장 준비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주식 분할을 단행한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연례..
  • [아줌마이야기] 탁쿤이 2019.07.16
    탁쿤이는 나의 첫 중국어 선생님이다. ‘이탁쿤’이라는 생소한 이름은 자신의 중국어 이름에 한글의 음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탁쿤이를 처음 만났을 때 뿔테 안경을...
  • 환구시보 “한일분쟁에 중국기업까지 피해” hot 2019.07.16
    환구시보 “한일분쟁에 중국기업까지 피해” 갈수록 격해지는 한국과 일본간의 무역분쟁에 중국기업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环球时报)가 밝혔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3.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4.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5. 마음만은 ‘국빈’, 江浙沪 국빈관 숙..
  6.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7.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8.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9.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10. 가을은 노란색 ‘은행나무’의 계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6.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9.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10.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사회

  1.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2.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3.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4.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문화

  1.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2.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3.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4.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5.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6.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4.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5.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