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수영 영웅’으로 추앙받는 쑨양(孙杨)이 시상식에서 동료 선수에게 악수를 거절당하자 현장에서 “넌 루저, 내가 이겼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24일 왕이스포츠(网易体育), 신민만보(新民晚报)는 23일 밤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 수영장에서 열린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쑨양(孙杨)이 공동 동메달리스트 던컨 스콧(영국)에게 악수 거부와 함께 사진 찍기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쑨양은 2위로 들어왔으나 먼저 들어온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가 부정출발로 실격되면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이때까지 쑨양은 개인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1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기쁨으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 발생했다. 공동 3위를 기록한 던컨 스콧이 쑨양과 악수는 물론 함께 사진찍기도 거부한 것이다.
스콧의 이 같은 행동은 앞서 지난 21일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맥 호턴(호주)이 쑨양과 함께 사진찍기를 거부한 행동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콧은 경기 후 BBC 인터뷰에서 “나는 맥 호턴과 같은 편”이라며 “쑨양이 우리의 수영을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왜 그를 존중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사람, 모든 수영 선수가 맥 호턴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두 차례나 동료 선수에게 외면을 받은 쑨양은 결국 23일 시상식이 끝난 뒤 참지 못한 분노를 드러냈다. 던컨 스콧을 향해 “넌 루저고 나는 이겼다(You’re loser, I’m winner)”고 일침을 날린 것이다. 국제수영연맹은 이들 둘에게 모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의 중국 누리꾼들은 쑨양을 동정하며 두둔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쑨양이 얼마나 무시를 당했으면 저런 말까지 내뱉었을까”, “왜 다들 쑨양만 가지고 뭐라 하는지? 이기지 못해서인가?”, “쑨양은 서양인들에게 포위 공격을 받는 거대한 심리적 압박 속에서도 40만 200개의 금메달을 땄다. 우리는 쑨양을 믿고 축복하는 입장”, “부디 800미터 경기에 영향이 없기를”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쑨양은 앞서 지난 2014년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3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쑨양의 집에 도핑테스트를 하러 온 요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망치로 혈액 샘플병을 훼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