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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친구의 인생 2막

[2019-09-18, 17:41:16] 상하이저널
"띠롱~띠롱~" 
요즘 늦은 밤 한국의 소꿉친구들과 카톡 대화가 뜨겁다. 대화 주제는 대부분 ‘우리의 인생 2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이다. 강원도 작은 마을에서 유년을 보낸 우리 세 친구, 각자 사는 것은 다르지만 늘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우리, 너의 아픔은 곧 우리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친구 숙이에게 닥친 상황은 그저 걱정과 함께 마음만 졸이게 할 뿐이었다.

사업하는 남편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사회생활 없이 가정에서 내조와 자녀 양육만 하던 친구에게 남편사업의 부진과 쌓여가는 세금으로 급기야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게 됐다. 그리고도 다 해결하지 못한 남은 것들…. 나머지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해결하자니 그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친구는 남편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이 더 화가 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자신이 남편 덕에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알았다고, 하지만 눌려오는 갖가지 부담감은 어찌할 수가 없다며 힘들어 한다. 

지금까지 일과 봉사 그리고 신앙생활도 해오는 우리는 숙이한테 먼저 믿음을 갖고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는 무엇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를 인정하고 나에게 초점을 맞춰 신이 나를 향한 뜻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 하는 거라고 말해줬다. 주위 상황과 상관없이 나의 삶을 생각하고 지금 내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러면서 나를 찾아가면 분명히 지혜롭게 모두에게 좋은 것들로 채워가게 될 것이라는 경험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 밤 친구는 타는 속으로 집에 오면 말이 없어진 남편을 위해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랑의 밥상을 차렸고, 짭쪼롬한 달걀찜이 아주 맛있다는 남편의 입도 열게 했다.

며칠 후 손가락에 밴드를 잔뜩 감은 사진 한 장이 올랐다.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식당 설거지를 갔지만 며칠 만에 손이 너무 아파 그만 뒀다는 것이다. 수십 년을 이여사로 살아온 친구의 쉽지 않은 다시 도전, 친구는 요양 보호사 교육을 받기로 했다. 우리는 친구가 결혼해서 시부모님과 8남매 맏며느리로 보내온 세월이 친구에겐 마치 훈련이었던 것 같다며 응원했다. 

어르신들을 대할 때 부모님 생각이 나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힘든 것은 없다고 하니 그분들에게나 친구에게나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대화를 더욱 뜨겁게 했다. 그사이 친구의 남편은 큰 계약을 하게 돼 가정 경제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 친구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간 이었지만, 딸은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고, 철없어 보이던 아들은 이 뜨거운 여름 방학 동안 현장에서 일하며 구릿빛 모습으로 몸도 맘도 성숙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 친구는 이제 시작한 일에 의욕적이다. 아마 일이 주는 기쁨, 거기서 받는 힘과 위로(?)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날 저녁 정말 오랜만에 네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었는데 너무나 오랜만이라 다들 어색했지만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가 눈물 나게 감동이었다고 한다.

남편의 재기와 관계없이 내 친구는 지금 요양실습 중이다. 의식이 없어 보이지만 살짝 손을 잡고 불러드리면 미소를 지으신다 한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픈 꿈도 생겼다. 오늘도 우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더 길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나누고 더불어 우리의 후반전을 멋지게 누리길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임을, 그 기쁨을 중년을 넘어가는 많은 사람들도 알기를 희망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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