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브리얼 제빈 | 루페 | 2017.10.
원제: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2014년)
근래 읽은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 책으로 인생을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모처럼 소설이란 이래야지 하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한 소설. 단숨에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서점주인 A.J.
명문대 출신 영문학도 부부가 박사학위 대신 아내의 고향 섬에 유일한 서점을 차리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앨리스섬 아일랜드 서점은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를 모토로 탄생한다. 그러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엉망이 되어 가던 A. J.의 서점에 생후 이십오 개월 된 마야가 버려진다. 마야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섬사람들은 친구가 된다. 서점 주인이 램비에이스로 바뀌면서 모토는 이렇게 바뀐다.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각 챕터는 생소한 영미 문학 단편 13편을 소개하는 단문으로 시작된다. A. J.는 자기 인생을 단편집 형식으로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원제가 말 그대로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영문학도 출신 저자처럼 여기 소개된 단편을 다 읽은 사람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우리는 장편소설이 아니고 한 편의 단편소설인 것도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가 다 완벽한 단편집은 존재하지 않아. 성공작이 있으면 실패작도 있어. 운이 좋으면 뛰어난 작품도 하나쯤 있겠지. 결국 사람들은 그 뛰어난 것들만 겨우 기억할 뿐이고, 그 기억도 그리 오래가지 않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만 공감할 글귀일까? 밀란 쿤데라의 ‘사비나’처럼 제한적이고 지나치게 직접적인 언어보다 초월적인 자기표현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말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재주 부족한 나는 언어표현수단이 그나마 가깝게 느껴져서 이 소설 속 책과 관련한 글들이 반가웠다. 스포일러 없는 서평이 되고자 줄거리는 최대한 감췄다. 직접 읽어가면서 사건 전말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위하여!
신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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