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년 6월이면 작은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그래서 지금 학교에선 졸업반 학생들의 졸업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학기엔 졸업사진 촬영과 중학교 입학설명회가 있다. 우리반도 다른 반과 마찬가지로 졸업 사진 때 입고 찍을 옷과 소품에 대해 논의했다. 큰 아이 때는 교복과 학사 복만 입고 찍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 80后엄마들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교복을 입는 건 당연한데 평소 안하던 리본과 넥타이까지 풀세트로 장착하라 하니 1학년때 받은 리본과 넥타이를 이미 잊어버린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구매를 해야 했다. 거기에 이미 작아질 대로 작아져서 간신히 입던 교복까지 새로 구매해야 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졸업이지만 그래도 교복은 평소에도 입고 다녀야 하니 새로 구매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논의가 된 것이 우리 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자는 것이었다. 평소처럼 교복 운동복을 입으면 될텐데 굳이 청바지가 이쁘다며 청바지를 입히자는 것이다. 나는 반대했지만 다수의 학부모가 찬성했다. 논의 끝에 청바지는 유니클로에서 나온 아동용 청바지로 통일하자는 결론이 났다. ‘하필 유니클로…’ 어쩔 수 없이 유니클로로 청바지를 사러 가서 제일 큰 사이즈를 입어 보는데 작았다.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잘됐다 싶기도 했다. 우리아이는 맞는 사이즈가 없다는 핑계로 인터넷에서 저렴하고 통 큰 청바지를 구매했다. 물론 중국브랜드로 말이다. 평소에 청바지를 전혀 입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청바지엔 하얀색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며 이 또한 반 전체가 똑같은 ‘回力(중국 신발 브랜드)’ 신발을 사 신기로 했다. 그런데 반장엄마가 보내준 링크에선 아동용 신발 220사이즈가 제일 큰 것이었다. 반장엄마는 다시 어른용 링크를 보내주었고 아동용은 50위안이었지만 성인용을 90위안이었다. 이 또한 사진 찍는 날 한번 만 신고 전혀 신을리 없어 불필요한 지출이었다.
안건은 끝이 없었다. 교복에 신을 구두와 양말 또한 구매를 해야 했다. 졸업 사진 촬영 날 하루를 위해 아니 사진 몇 컷을 위해 나는 이미 몇 백 위안을 지출했다. 다른 엄마들은 돈이 얼마 안들었다며 반기는 기색이다. 하긴 3학년때 “10살 됐어요” 이벤트비용으로 1인당 600위안을 낸 것에 비하면 반값 정도에 해결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나는 이미 많은 중국친구들을 통해 ‘절약’을 실천하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번 입을 것이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명품인들 못 사주겠냐는 태도에 정말 반기를 들고 싶다. 물건이 흔하기도 하고 사 줄 여력도 충분하니 ‘절약’을 실천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한국인들 그런 사람 없겠냐만은 중국에 살다 보니 유독 그런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낭비라는 생각 안들어?”
“뭐 어때 싸잖아! 小事情!”
“小事情” 별거 아니라는 이 단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도 중국 친구들한테 많이 들었던 단어다. 뭐 그런 일로 구속까지 시키냐고, 중국에선 흔한 일이라고…. 중국에 이리 오래 살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小事情”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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