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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58]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019-11-09, 07:51:14]

수 클리볼드 | 반비 | 2016.07

 


미국 교내 대량 총기사건의 시발점이 된 콜럼바인 고등학교 가해자 엄마가 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만약 나라면?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총을 쏘아 친구 12명과 교사 1명을 무작위 살해하고 24명에게 평생 짊어질 애를 입혔다면 저렇게 적극적으로 (책까지 펴내며) 세상에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떤 엄마였고 아들이었을까? (저렇게 대단한 엄마이니) 아들이 너무 주눅 들어 자존감이 낮아져 있진 않았을까?


온갖 추측을 하며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차마 가슴 아파 첫 페이지를 열기 힘들었지만, 또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함께 가슴으로 울며 400페이지 남짓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독후 느낌은, 앞서 내가 가졌던 모든 궁금증과 추측에 답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자식은 부모가 이랬고 저랬고 때문도 아니고, 친구 잘못 만난 탓도 아니고 친구가 없었기 때문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때문도 아니며, 말 그대로 그냥 '이런저런 어떤 아이'가 될 수 있는 듯. 아이들의 모든 성과에 혹은 문제에 우린 너무 당연하단 듯이 기-승-전-"엄마와의 관계"로 결론 내버리니 우리 엄마들에겐 너무 가혹한 무게.

 

아이의 인생에 너무 깊이 개입 말라는 말들은 수없이 듣지만, 엄마의 인생을 내버려 두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다. '엄마'는 직업이 아니라 관계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친구가 되듯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고, 친구로서 '성과'를 따지지 않듯 엄마의 점수도 없다.


저 사건이 있은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그 가해자의 엄마는 수백 번 고민 끝에 사건 전 예약해놨던 헤어샵에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일상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달리 어떤 다른 일이 더 중요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엄마들도 어린 아기처럼 '분리 불안장애'가 있어 아이의 인생을 내 인생과 떼놓고 생각하기는 사실 무척 어려웠다. 역으로 지금보다 '내 시간'에 대해 의도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주어진 24시간 안에서 아이를 향해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지 않을까?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어서 사실 어떻게 내 시간을 가꾸어나갈지는 나도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다만 엄마들의 단골 잔소리 "집중해!"처럼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일상에 나도 좀 더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B급 엄마'가 되어있지 않을까

 

NulONul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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