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상징, 와이탄(外滩)의 불빛이 다가 아니다. 상하이 시정부의 야간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올해 상하이의 밤은 유난히 활기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바의 성지 블루 노트(Blue Note), 세계 100대 DJ 클럽 스페이스 플러스(Space plus) 등 올해 오픈한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바, 클럽 외에도 상하이의 밤 문화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상하이 최초 야간 동물원, 24시간 영화관, 신톈디 야간 산책로를 비롯해 야간 전시, 박물관, 도서관…… 술이 아닌 문화에 취하는 상하이의 ‘우아한 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요한 밤에 즐기는 상하이 문화 산책
160여 개 나라의 230만 명 관광객 방문 기록이 빛나는 디지털 아티스트 그룹 팀랩의 대규모 전시 ‘teamLab Borderless Shanghai’가 11월 정식 개최된다. 전시는 6600평방미터의 복잡한 입체 공간에서 ‘경계가 없는 예술’을 주제로 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일반 전시와는 달리 이 전시는 평일에는 밤 9시 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밤 10시 30분까지 관람 시간을 연장해 낮과는 다른 밤의 예술적 매력을 발산한다.
∙ ~2020.11.4
∙ 월~금 10:30~21:30, 주말 및 공휴일 10:30~22:30
∙ 黄浦区花园港路100号C-2单元 teamLab无界美术馆
올 8월 상하이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 신톈디 후빈루(湖滨路) 야간 산책로는 상하이 야간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활기 넘치는 놀이 공간, 야시장, 노천 영화관 등 6개의 테마로 이뤄진 이 산책로는 밤 12시까지 운영되고 있어 상하이 올빼미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달 간의 시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26일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찾아온 야간 산책로는 야식과 다양한 문화, 놀이로 가득해 상하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 ~2020.1.1
∙ 黄浦区新天地湖滨路
징안구 안이루(安义路)에 새로 생긴 보행자 거리 안이예항(安义夜巷)은 주말에만 3개월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아르헨티나 바비큐, 태국 두리안파이, 사탕 가게 등 아기자기한 점포 30곳에서 향긋한 야식 냄새를 풍기며 입맛을 자극한다. 안이예항에는 다양한 나라의 먹거리들이 있어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매주 한 번 열리는 음악 공연, 테이블 파티 등은 안이루의 밤거리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는다.
∙ ~2020.1.19
∙ 토 16:30~24:00,일 14:30~22:00
∙ 静安嘉里中心南广场旁安义路 安义夜巷
뉴욕에서 크게 흥행한 참여식 실험극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상하이 맥키논(McKinnon, 麦金侬) 호텔에서 성황 리에 공연 중이다. 공연이 시작된 후 관객은 5층까지 90개의 룸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인물을 ‘찾아다니는’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배우들은 다섯 개 층에 걸쳐 있는 90개의 방을 돌아다니며 연기를 한다. 호텔 전체가 연극 무대인 셈이다. 시간이 맞으면 배우와 관객이 1:1로 마주하는 짜릿한 체험도 할 수 있다.
∙ 수∙목∙일 15:00/19:00,금∙토 15:00/19:00
∙ 静安区北京西路1013号 麦金侬酒店
최근 상하이 광푸린(广富林) 문화유적지가 처음으로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어두운 밤을 밝히는 광푸린의 아름다운 등불 축제와 3D 조명쇼도 불을 켰다. 등불 축제 규모는 10만 평방미터로 청색성세(青色盛世), 푸린전설(富林传说), 운간기상(云间气象) 크게 세 가지 테마 구역으로 나뉜다.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조명 장식은 감탄을 자아내며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게 한다. 푸린탑의 3D 맵핑쇼는 지난 천 년의 역사를 3D 투영을 통해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 17:30~22:00
∙ ~2020.2.9
∙ 松江区广富林路3260弄
차는 오후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늘한 가을 밤을 녹일 ‘디너 티’
젠궈시루(建国西路)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찻집 ‘스상위(时相遇), 1913백년차관’은 이미 100년도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건물 안에 있는 모든 테이블, 의자, 소품마다 클래식한 복고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 가만히 앉아있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시즌에 지인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 10:00~새벽 1:00
∙ 徐汇区建国西路323号 时相遇
중국 전통 찻집 인시(隐溪)는 상하이에 6개 매장이 있다. 각 매장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뽐낸다. 그중 창닝구에 위치한 황진청다오(黄金城道)점은 청아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찻집 입구에는 작지만 무성한 정원이 절로 차의 맛을 돋운다. 조금은 서늘한 밤공기를 마시며 정원에 앉아서 마시는 차의 풍미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 10:00~24:00
∙ 长宁区黄金城道666号(近银珠路) 隐溪
팅윈타이(听云台) 명차 공간은 상하이에서는 보기 드문 실내 수상 찻집이다. 자욱한 안개와 노니는 물고기들은 신선이 사는 선경을 방불케 한다. 룸과 연결되어 있는 300평방미터의 실외 정원은 사계절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가끔 다도, 곤곡, 칠현금 등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 10:00~23:00
∙ 长宁区芙蓉江路77弄1号底层(靠近仙霞路)听云台茗茶空间
푸싱시루(复兴西路) 위치해 있는 산위차셔(山余茶舍)는 바쁜 도시에서 은닉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식 정원 분위기의 전통 찻집을 벗어나 야외의 정취가 물씬 나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향기 가득한 찻집의 가구는 모두 사장님의 개인 소장품으로 채워졌다. 평일에는 서예, 서화(字画), 그릇 소규모 전시가 열린다. 산수 정취와 함께 붓을 휘갈기며 마시는 차 한 모금의 즐거움을 배워갈 수 있는 곳이다.
∙ 12:00~22:30
∙ 徐汇区复兴西路44弄1号近乌鲁木齐路 山余茶舍
‘위따오니야오더스광(遇到你要的时光, 당신이 원하는 시간을 만났다)’이라는 독특한 찻집 이름은 시집에서 따왔다. 그만큼 찻집은 전반적으로 문학적 색채를 짙게 풍기고 있다. 바오칭루(宝庆路)의 죽림 뒤에 숨겨진 찻집은 실외 공간과 실내 공간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비 오는 날, 추운 겨울 밤 바깥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유리 방에서 마시는 차 모금은 입에서 절로 시가 나오게 한다.
∙ 9:30~23:00
∙ 宝庆路10号沿街202露台(近复兴中路) 遇到你要的时光
혼잡 속 고요를 추구하는 찻집 시엔위에찬시(闲月禅溪)은 푸른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정원 중앙에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부평초를 연상시키는 선큰(sunken) 룸이 있다. 달빛이 특히 아름다운 가을 밤 이곳에 조용히 앉으면 차가 우러나는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 10:00~새벽 1:00
∙ 静安区大沽路396号(近成都北路)闲月禅溪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심야 북카페’
섬세한 문학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다인서점(大隐书局)은 책과 함께 차,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상하이에서는 유일하기 새벽 두 시까지 운영하는 북카페이기도 하다. 책의 향기와 커피향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는 독서 매니아들에게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 10:00~새벽 2:00
∙ 杨浦区淞沪路333号创智天地三期 大隐书局
상하이에서 가장 번화한 난징동루 한 켠에 숨어있는 광화서점(光海书局)은 공간은 크지 않지만 그윽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서점 내부에는 작은 커피숍이 있다. 이곳에서 복잡한 상하이 번화가의 밤 풍경을 눈으로 감상하며 스스로는 책과 커피로 여유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 10:00~22:00
∙ 黄浦区南京东路830号第一百货商业中心A馆8F 光海书局
독자서점은 주장루(九江路)에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성빌딩(大声大楼) 안에 위치해 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실내 분위기는 중국의 ‘국민 문학지’라고 할 수 있는 ‘독자(读者)’ 자체를 그대로 반영한다. 서점은 중국 3대 석굴 중 하나인 돈황 막고굴(敦煌莫高窟)을 복각한 벽을 비롯해 돈황의 예술, 실크로드 문화 관련 서적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 10:30~22:00
∙ 黄浦区九江路230号 读者书店
‘빛의 공간(光的空间)’ 신화서점은 일본 대표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그래서인지 서점과 미술관의 중간 경계에 있는 듯하다. 겹겹이 쌓인 책장들은 비대칭 곡선, 빛의 활용, 공간 대비 구성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풍경을 선사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모두가 떠난 밤 홀로 서점에 앉아있고 싶게 만드는 강한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 10:00~22:00
∙ 闵行区吴中路1558号爱琴海购物公园购物中心7F-701 光的空间
문을 닫지 않는 24시 영화관
궈타이영화관(国泰电影院)은 1930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중국 현대 작가 장아이링(张爱玲)의 표현대로 ‘상하이에서 경력이 극히 오래된 라오파이(老牌) 영화관’이라 할 수 있다. 궈타이 영화관은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24시 영화관’을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관 안에는 ‘영화 테마 북카페’도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 黄埔区淮海中路870号 国泰电影院
난징시루에 위치한 다광밍(大光明) 영화관은 수많은 상하이 70허우(70后, 1970년대 출생자), 80허우(80后)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곳이다. 홍색영화(红色电影, 혁명 영화), 해외 영화, 클래식 희곡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새벽까지 상영된다. 영화관은 새벽 영화를 관람하는 고객을 위해 담요, 충전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黄埔区南京西路216号 大光明电影院
퇴근 후 문화 충전, 야간 미술관
상하이 유즈미술관(余德耀美术馆, yuzm)은 과거 상하이 비행기 제조업체의 격납고였다. 이후 일본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에 의해 유리 입체면과 벽돌색 주체 건축물이 돋보이는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앞서 뉴욕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레인룸(雨屋) 등 대형 전시가 개최됐다. 홀에는 커피숍, 레스토랑, 상점 등이 있어 퇴근 후 전시를 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 좋다.
∙ 10:00~21:00
∙ 徐汇区丰谷路35号 余德耀美术馆
밍주미술관(明珠美术馆)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빛의 공간’ 신화서점과 연결되어 있다. 이 공간은 빛의 그림자를 이용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앞서 안도 타다오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전시가 진행됐고 최근에는 빅토르 위고의 ‘천재의 마음(天才的内心)’이 진행되고 있다.
∙ 10:00~22:00
∙ 闵行区吴中路1588号爱琴海购物公园8F-801 明珠美术馆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