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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타오바오

[2019-11-23, 06:34:50] 상하이저널
아이들은 나를 기계치라 부른다. 핸드폰을 뉴스 보고 위챗 하고 두 가지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핀잔을 준다. 아이들과 남편의 도움으로 은행 계좌와 연결해 즈푸바오를 깔고 나니 소위 신문물을 많이 접하게 됐다. 허마 앱을 깔고 세일하는 화요일이면 품목을 검색해 물건을 사기도 하고 디디다쳐 앱도 깔아 택시도 부르고 모아비크 앱도 사용해 급할 때 공유자전거도 타고 징동이나 타오바오에서 필요한 물건도 자유롭게 사게 된지 2년이 돼간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익숙해지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입시를 치르는 둘째의 미술작품 촬영을 위해 가져 가는데 유난히 크고 부피감이 있는 작품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파손되지 않게 포장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에어캡으로 여러 겹 싸고 상자를 구해 포장을 할까 생각했지만 불안해서 결국 합판으로라도 나무 상자를 만들어 가져가기로 했다. 여러 날 주변을 탐색하며 만들 방법을 찾았지만 길이 없었다. 별생각 없이 타오바오에 있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놀랍게도 내가 원하는 크기 그대로 맞춤으로 나무 상자를 제작해서 보내줬다. 

85위안, 3박4일. 상자를 받고 DIY로 만들고 포장하면서 속도와 가격에 놀랬다.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데도 나무상자라 특별대우를 받는 듯 했다. 공항에 픽업 나온 동생이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나무상자의 작품을 꺼내고 버리려 하니 아깝다는 표현을 한다. 85위안인걸 아는 나는 전혀 아깝지 않은데….

입시 때문에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한국 물가에 솔직히 마음 놓고 먹거나 사질 못했다. 타오바오에 익숙한 딸들도 화장품 종류를 제외하고는 선뜻 손을 내밀어 사지 못하는 걸 보게 됐다. 그래도 마트에 가면 중국에서는 먹기 힘든 왁스칠 없는 껍질째 먹는 사과, 캠벨포도, 한국우유, 한국 먹거리들을 중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맘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IT강국인 한국보다 한 발 더 빠른 중국의 위챗 결제, 메이퇀, 타오바오, 공유자전거, 공유전동자전거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겐 한국은 좀 더 불편한 곳이었고 선택의 폭이 좁은 곳이었다는 사실이다. 

입시를 마치고 중국의 일상으로 돌아 온 아이들은 제일 먼저 메이퇀을 통해 음료를 주문했다. 그리웠다는 표현까지 쓴다. 나는 강아지용품을 몇 개 가격 비교해 구입하고 엊그제 단감을 검색하다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너무 착한 단감을 타오바오를 통해 주문했다. 3일이 넘어도 배송준비를 안해 취소할까 하다가 문의 메시지를 넣으니 산지에 비가 많이 와서 수확을 못해 준비 중이라 답장이 왔다. 10근에 20위안이니 더 기다려 일주일 만에 물건을 받았다. 대만족이었다. 타오바오는 원하는 것을 클릭하면 다 보여 주는 요술상자 같다. 한국에서는 제작이 7-8만원 할거라는 나무상자도 85위안에, 하염없이 과일가게가 단감을 가져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10근에 20위안하는 단감도 벌써 사먹고 있다. 

가짜도 많아 늘 조심하고 또 체크하지만 화장지도 샴푸도 세제도 타오바오나 징동을 통해 사게 된 지 한참이다. 필요한 전선이나 전구가 있으면 일단 주변 어디에서 사지 하고 알아보다가 결국 마지막에 해결해 주는 곳은 타오바오다. 불량도 많고 가짜도 많아 먹거리, 전기 관련 제품은 절대 사지 않지만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이다. 

곧 한국으로 대학 갈 둘째는 메이퇀으로 햄버가와 음료를 시키며 중국이 그리울 거라 말한다.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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