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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방귀 좀 뀌는 놈

[2019-12-26, 11:26:17] 상하이저널
20년전의 일이다. 30대 여섯 가족 모임이 푸동의 한 아파트에서 있었다. 남자들 대학 선후배 모임이었다. 훈남이었던 남편의 한 후배가 갑자기 방귀를 꼈다. 우리 여자들은 옆에서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고 있다가 못들은 척 살짝 웃었다.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컸지만, 우린 그렇게 믿고 싶었다. 비록 다들 결혼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젊은 남녀가 이렇게 많은데 예의없이 그런 행동을 일부러 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사자의 아내는 20대 후반의 예쁜 엄마였는데 본인이 얼굴이 빨개져서’미쳤나봐요.. 정말’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었다. 실수는 남편이 했는데 부끄러움은 왜 아내의 몫이었는지.

1분정도 있다가 누군가 또 방귀를 크게 빵~! 꼈다. 여자들은 서로 당황스럽고 짜증난 얼굴로 쳐다보며’뭐야?’라고 했고 그때부터 남자들은 돌아가면서 방귀를 뀌고 서로 배꼽 빠져라 웃기 시작했다. 옆의 여자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멀쩡하게 생겼던 그들은 즐거워했고 민망함, 부끄러움, 불쾌감은 여자들의 몫이었다. 그 때 방귀는 남자들이 꼈고, 그들은 엄청 재미있어했는데, 왜 옆의 여자들은 불쾌해 했을까? 

언젠가부터 내 남편도 집에서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마흔 살이 넘어서부터인 거 같다. 처음엔 허락을 받고 꼈다. 그러다가 시도 때도 없이 예고도 없이 빵빵 뀌어대기 시작했다. 뀔 때 마다 아주 의기 양양해하고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게 더 꼴 보기 싫었다. 나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이제 여자사람으로 안보이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리현상에 매번 화를 낼 수도 없고 나도 같이 뀌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안됐다.

6년 전부터 남편 일 때문에 서로 떨어져 살게 됐다. 2~3주에 한 번씩 집에 오게 되면서 우리 집안의 넘버원은 남편이 아닌 내가 됐다. 남편은 거의 손님처럼 왔다가 갔다. 난 내가 그렇게 방귀를 크게 뀔 수 있는 사람인 줄 그때 알았다. 집 안에서는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생리반응이 왔을 때 참을 필요 없이 빵빵 뀔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하기 시작하자 우리 딸들도 소리 내어 뀌기 시작했다. 남편이 내 앞에서 뀔 때는 그렇게 짜증나더니 울 딸들이 뀌는 것은 기특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잘했다고 박수를 쳐 주기도 했다. 

처음 남편 있을 때 방귀를 꼈더니 남편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떻게 여자가’라는 표정으로 입을 손으로 가리고 혐오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이렇게 뀌고 나면 몸도 마음도 시원해 지 것 자기도 알면서 내가 그러는 것에 대해서는 왜 놀라움을 넘어 혐오스런 표정까지 짓는지, 그게 난 더 의아하고 기분이 묘했다. 

“당신도 뀌잖아?! 나한테 왜 그래? 뀌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던데 왜 나한테 말 안해줬어? 우리 이제 집에서는 편하게 다 같이 뀌자.”
남편은 마뜩잖은 얼굴로 “그러든지”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우리 딸들이 방귀를 뀌는 것은 울 남편도 귀여운지 박수를 같이 쳐준다. 그들이 그때 그랬던 것처럼 우린 같이 박수 치며 웃는다. 잘했다고 엉덩이를 두드리며 심지어 격려까지 해준다. 

‘방귀 좀 뀌는 놈’이란 말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예전에는 잘 몰랐다. 그건 ‘권력’의 다른 표현이었다. 같이 있어도 뀔 수 있는 사람, 껴도 되는 사람이 있고 참아야 되는 사람이 있다. 가끔 서울에 가면 울시어머님이 연세가 많아지셔서 생리 조절이 안되신다. 예전에 그러지 않았던 분이기에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식사하거나 생활할 때 편하지 않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누구도 감히 불쾌감을 얘기하지 못한다. 거긴 그녀의 집이고 거기에서 그녀는 넘버원이기 때문이다. 남편도 그 집에서 어머니가 ‘빽’인지 당당하게 빵빵 뀐다. 나는 그러지 못한다. 이상하게 안나온다.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거 같기도 하다. 지금은 여기는 네가 방귀 뀔 데가 아니야 라고.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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