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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커피 이야기

[2020-01-02, 14:42:52] 상하이저널
대학생 시절 커피는 믹스커피가 전부였다. 학과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 커피자판기가 있었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자판기의 믹스커피였다. 과 특성상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는 믹스커피가 부담이 되어 녹차를 큰 주전자에 우려 계속 마셨다. 녹차 안에는 커피 속 카페인 보다는 몸 밖으로 더 빨리 배출되고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과 유사한 성분이 들어 있어서 건강도 챙길겸 녹차를 마셨다. 세대차가 나도 어쩔 수 없다.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믹스커피 한 잔에 에이스 과자를 먹는 것이 우리의 간식 중 최고였다. 그 이후로 그 맛이 그리워 커피를 마셨을 뿐이지 건강을 위해서도 커피를 즐길 일은 없었다. 

현미녹차, 우엉차, 메밀차, 녹차를 즐겨 마시는 취향이다 보니 커피를 마실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남편은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5-6년 전 핸드드립 세트를 선물로 사 주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오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아는 남편인지라 내린 커피를 숭늉처럼 연하게 희석시켜 주었다. 진한 커피를 마시며 쓴 맛에 얼굴을 찌푸리고 먹지 않았었다. 하지만 커피향만큼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향보다 후각이 행복했었다. 고소한 차를 즐기는 내 취향에 연한 핸드드립커피는 후각이 행복한 커피향을 맛으로 즐길 정도로 처음으로 고소하고 좋았다. 그렇게 커피의 맛과 향을 알아가고 즐기게 됐다.

아침이면 우리 부부는 커피를 갈아서 우리 둘만을 위해 커피를 내린다. 숭늉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적당히 연한 커피를 마신다. 매일 내려 먹다 보니, 손님이 올 때마다 대접하다 보니 커피 원두값이 만만치 않다. 둘이 먹고 남은 커피는 남편이 텀블러에 담아 출근하곤 한다.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아름으로 주워 들은 것으로 우리만의 가장 맛있고 건강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손님이 올 때 어떤 격식 없이 그냥 물 끓이고 드립 세트 내서 원두 갈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며 커피를 내린다. 커피가 다 내려질 때쯤이면 온 거실은 카페에 온 듯 커피향이 가득이고 그 향에 먼저 행복해지는 듯하다. 커피가 싫은 이에겐 내가 그랬든 연하게 정말 연하게 호두 박은 곶감을 썰어서, 때론 강정을 만들어 때론 맛있는 쿠키와 함께 대접한다. 

믹스커피맛 밖에 모르던 나의 일상으로 커피가 들어온 지 5-6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다른 차처럼 몸에 좋을 것 같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좋은 향만큼이나 커피는 나의 아침을 차지했다. 우리집 가정경제도 그 사이에 들쭉날쭉 했다. 아침에 먹는 커피 한 잔을 못 먹을 정도가 된 적은 없지만 매일 한 번씩은 먹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어 내 인생의 유일한 사치라 여겨지는 요즘이다. 

모두가 알 듯 달달한 믹스커피가 향도 맛도 얼마나 좋은가? 건강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원두커피를 마시길 원했다. 대학 입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부쩍 나와 집에서 대화할 시간이 많아진다. 그 때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려 함께 마신다. 처음 내가 마셨던 것처럼 연하게. 큰아이는 처음부터 진한 커피도 맛있다 했다. 곧 대학에 갈 둘째는 나랑 비슷해 커피 쓴 맛에 놀라 커피를 안마셨는데 내가 내려 준 연한 커피맛을 보더니 반한 듯 하다. 큰 아이가 자취를 하게 되어 살림살이 챙겨줄 겸 한국에 왔다. 선물로 향긋한 원두와 드립 세트를 줬다. 큰 아이가 아빠가 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커피를 내린다. 정말 맛있다. 향도 너무 좋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듬직한 큰아이와 그렇게 커피를 사이에 두고 커피향만큼 행복한 이야기가 익어간다. 

커피와 함께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간다.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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