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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훌륭한 스승님

[2020-01-07, 13:01:12] 상하이저널
이제 며칠 후면 큰아이 초등학교 때 담임이셨던 탄(谈) 선생님이 정년퇴임을 하신다. 큰아이를 5년 내내 맡으셨던 탄 선생님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신 중국 선생님 중의 한 분이시다. 큰아이는 중국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채로 입학을 했지만, 중국 친구들과는 별문제 없이 지냈는데 항상 말썽은 다른 반 한국 학생들과 일어났다. 

저학년 때는 마치 우리애가 문제아인 양 한국 엄마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고, 담임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일의 시시비비를 가려 사과할 것은 사과하게 하고, 사과 받을 것은 사과를 받아주셨다. 물론 야단칠 일은 매섭게 야단도 쳐주시는 분이셨다.

전쟁 같았던 1학년이 지나가고 2학년이 되니 한국 엄마들에게 더 이상 아들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내 눈엔 우리 아이가 특별히 좋아진 것도 특별히 나빠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문제아라고 불렀던 엄마들 눈엔 달라져 있었던 걸까? 아님 포기한 것인가? 무슨 이유에서건 더 이상 잡음이 들리지 않으니 숨통이 좀 트였다. 

2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중국 엄마들에게 나에겐 전쟁 같았던 1학년 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모두들 어떻게 모르는 학부모한테 그런 전화를 받을 수가 있냐며 너무 놀라 했다. 담임 선생님은 다른 반 학부모가 어떻게 우리 반 아이를 담임인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는지도 의아해하셨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하신다. 

“이 학생을 문제아라고 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우리 반 딩(丁)모 학생이 친구가 없어 혼자 놀 때 이 아이가 가장 먼저 다가간 친구에요. 자기가 먼저 놀아주겠다고 손을 번쩍 든 그때 그 장면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 칭찬은 나 또한 잊히지가 않는다.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의 일이다. 모처럼 같은 반 한국 엄마들끼리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중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와서 받으니 최근 우리 아이 학교생활과 숙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전화를 끊고 식사를 하려는데 이번엔 옆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나에게로 넘겨주었다. 또 담임선생님이셨다. 한국 엄마 중에 중국어가 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선생님도 너무 잘 알고 계셨는데, 엄마의 국적과 상관없이 말이 통하든 말든 한국 엄마 모두에게 전화를 걸고 계셨던 것이다. 

다른 엄마들의 동의를 구하고 선생님께 지금 모두 함께 있으니 저한테 말씀하시면 다 전해주겠다고 하니 아이들마다의 학교생활과 숙제평가에 대해 말씀해 주시며 중간에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며 이 내용들을 각자의 엄마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어찌 보면 담임 선생님으로서 당연한 일인데 나는 지금까지도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같은 반이었던 중국 엄마들도 탄 선생님의 ‘공평함’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큰 아이는 지금까지도 친구들과 탄 선생님을 찾아 뵙고 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같은 반 졸업생들도 매년 선생님을 찾아 뵙는다. 선생님보다 작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선생님보다 훌쩍 큰 키로 여전히 선생님을 찾아 뵙고 있다. 

곧 선생님의 정년퇴임과 아이들의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오랜만에 반톡방이 활기를 띠고 있다. 로컬 학교만 다니고 있는 우리 두 아이들은 아직까지 실망스러운 선생님은 만나보지 못했다. 이것이 운 인지 아님 중국 선생님들이 대부분 훌륭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껏 만나온 선생님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다. 탄 선생님 또한 훌륭한 스승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으리라.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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