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의 외 | 시사IN북 | 2018년 12월
페미니즘을 찾아가는 다섯 개의 지도
불편할 준비….
왜 불편할 준비라는 거지?
<불편할 준비>는 5명의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각자 다른 직업과 배경 속에서 느꼈던 여성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페미니즘에 관한 이해와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다.
나는 요 근래에 여러 페미니즘 책을 접했고 그때마다 우리 딸들이 떠올랐다. 여성으로서의 주체성과 강인함을 내 딸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교육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나 알만한 각계각층의 공인들을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로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당당히 성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학창 시절에 기분 나쁘게 경험한 선생님의 스킨십 잔상이 떠올려지며 그때의 감정들이 자연스레 기억의 수면위로 올라와 나의 감정 세포를 자극하기 시작했고 신혼 초 남편의 잘못까지 떠올려졌으니까.
아, 그래서 불편할 준비라고 책의 제목을 붙였나 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무의식과 의식이 충돌하며 불편해지니 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수치심과 혼란스러움 속에 노출되어왔을까? 그때마다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마음과 찌뿌둥한 기분으로 지나쳤을 감정들이 마치 나에게 다시 노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어붙은 마음으로 책을 읽는데 산부인과 페미니스트의 추천 도서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많이 눈에 익은 제목, 이 책은 내가 결혼하고 신혼 초에 남편과 서점에 갔을 때 남편이 나에게 추천하며 사주었던 책이었다. 그때에는 너무 재미없고 두꺼워서 대충 보았던 책인데, 오늘 다시 보니 유익한 내용이 참 많았다. 특히 여성의 몸의 건강을 의학적인 측면과 감정적인 측면으로 결합시켜 작가의 논리를 이야기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남편이 이 책을 나에게 사준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으로서의 나를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남편을 단죄하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남편도 그때는 잘 몰랐었을 테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남편에게 가서 내가 책을 통해 느낀 감정을 다 이야기해 버렸다. 나빴던 감정도 좋았던 감정도. 그랬더니 남편이 미안한 듯, 내가 그랬었나? 하며 허허 웃는다. 별거 아니지만 묻혀있었던 잊고 살았던 가시 하나가 기억 속에서 빠져나간 듯하다. 페미니즘 도서를 통해 소중한 나의 인권을 다시 찾은 기분이다.
은명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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