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n번방 사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중국 주요 검색엔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한국 n번방 사건이 대체 무엇인가’, ‘n번방 박사 신상 공개’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중국 주요 언론사들은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관련자들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25일 환구망(环球网), 신경보(新京报),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등 현지 언론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경위와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들 매체는 n번방 사건을 ‘한국 역대 최대 규모의 악성 집단 성범죄’로 규정했다. 일부 매체는 n번방을 두고 ‘26만 명의 집단 성착취가 자행된 공간’, ‘한국 남성의 약 1%가 회원인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매체는 지난 2019부터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총 74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음란물을 찍게 하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유한 조주빈(25), 일명 ‘박사’에 대한 신상도 자세히 공개했다. 환구망은 n번방 조주빈을 ‘공부벌레(学霸)’라 부르며 그의 대학 성적이 평균 4.0점 이상이며 여러 차례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한 그가 글쓰기에 뛰어나 대학 시절 독후감 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학보 편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 생활만 놓고 봤을 때 조주빈은 우수한 학생이었고 외관상으로도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환구망은 강조했다.
이런 그가 대학 졸업 후 2018년부터 인터넷에서 마약 판매 사기를 시작한 뒤 2019년 9월 n번방 채팅방을 개설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신문은 자세히 전했다. 특히 그가 피해자들의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고 엽기적인 행위를 하도록 시켰던 극악무도한 성착취 행위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했다.
펑파이신문(澎湃新闻)은 ‘n번방은 왜 26만 명을 둘러싼 성범죄의 인성 하수구가 되었는가’라는 평론에서 n번방 사건이 한국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변태 문화의 위험을 깊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의 성범죄가 경쟁이 과열화된 영상 산업, 다양하고 혼잡한 문화 풍토, 포스트 모더니즘의 도시 방종 문화와 함께 휩쓸리고 있으며 갈수록 많은 이들의 전통 가치관의 판단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n번방 사건의 배후에는 변태문화, 한국의 명예롭지 못한 포르노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포르노 산업은 ‘무연 산업(无烟工业,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업종)’으로 최초에는 외국 주둔군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현대사에서 대규모 외국 부대가 있는 곳은 포르노 산업이 발달해 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시작되어 동남아로 그리고 다시 일본과 한국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포르노 산업은 일부 수요자들에 의해 합법적인 동의를 얻었지만 그 이면에 동의를 얻지 못한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그러면서 n번방과 같은 집단성 참여 범죄는 절대 스스로 뿌리 뽑히지 않기에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깊은 층면의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n번방 사건 관련 소식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대다수의 중국 누리꾼들은 n번방 사건을 두고 “사형으로도 이들의 끔찍한 죄를 씻을 수 없을 것”, “피해자 이야기를 듣고 분노로 온 몸이 떨렸다”, “26만 명 중 분명 다음 ‘박사’가 나올 수도 있으니 본보기로 강력히 처벌하라”, “한국에서 여성 차별, 무시 관련 범죄는 끝도 없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분개했다.
누리꾼들은 특히 25일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사진 및 영상을 보며 “가장 끔찍한 악마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맞았다”, “평범해 보이는데 뒤에서 어떻게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 “악마가 주변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