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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칼럼] 2021년 세계 속의 중국 경제 전망

[2020-12-31, 06:14:38] 상하이저널
박한진(KOTRA 중국지역본부장)
박한진(KOTRA 중국지역본부장)

과거 중국 경제 전망은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주요 지표 예측이 주류를 이루었다. 세계는 연결하고 확장하는 추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중국은 계량 목표를 세우고 양적인 성장에 나서던 시기에 그랬다. 이제 세계는 완전히 바뀌었고 중국도 이전의 중국이 아니다. 2021년 중국 경제 전망을 수치 예측보다는 큰 틀과 흐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 관점에서 중국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전략 구상을 갖고 있는지가 새로운 한 해를 내다보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경제 추세 판단

중국이 지정학적-지경학적 관점에서 보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기존 세계화의 급변이다. 멀리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해 가깝게는 2018년부터 거세진 국가주의와 보호주의 바람이 세계화의 근간인 공급망에 충격을 주었고 올해 100년 만의 쇼크라는 팬데믹까지 발생했다. 

제조업 대국, 중국은 기업의 이윤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각국이 긴급 대응차원에서 시행한 저금리 정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세계가 경기진작을 위해 대대적인 재정정책에 나서고 있는데 이로 인해 앞으로 범세계적으로 정부 부채문제가 심각해지고 통화팽창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고 중국은 보고 있다. 중국에게 매우 불리한 움직임이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대국이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관련해 중국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현실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깊이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미국의 대중국 고관세율 부과 속에서도 중국의 대미 수출은 5월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현실적으로 중국산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중국의 득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중국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예측 가능한 측면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트럼프에 비해 중국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바이든의 통상정책과 대중국 정책이 트럼프와 처방이 다를 뿐 같은 진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 무역, 제조업, 디커플링 같은 측면에서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이 계속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과 개혁개방을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는 중장기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구호가 요즘 중국에서 자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중국은 바이든의 다자주의 정책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다자주의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다자주의의 틀 속에서 새로운 타협점의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을 수 있다. 중국도 아시아와 유럽을 대상으로 새롭게 다자주의를 강화해나간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현 주소와 방향성

중국 경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 왔다. 2020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2월에 코로나 상황이 정점을 찍은 후 3월부터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섰고 4월과 5월에는 각각 생산과 소비 부분이 회복기에 진입했다. 6월 이후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출이 기대수준 이상의 실적을 이어가면서 8월 이후 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중국은 최근 2021년부터 시작하는 14.5 규획과 2035년 장기 규획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쌍순환’(雙循環) 이다. 내수를 키우고 활성화시키는 ‘내순환’(內循環)을 위주로 ‘외순환’(外循環) 즉 국제시장과 연계하는 전략으로 경제와 산업을 마치 한방 진단 처방과 같은 순환의 원리에서 접근한다.

돌이켜보면 중국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는 상품수출에 의존한 외수 구동형 구조였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SOC와 부동산 등 국내투자 위주로 전환했다가 2019년부터는 내수와 서비스업을 강조하는 구조로 재전환했다. 국내 경제와 국제 환경이 바뀔 때마다 성장과 발전모델을 바꿔온 것인데 최근 강조하는 ‘쌍순환’ 전략은 과거처럼 어느 한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국내와 국제 부문이 상호촉진 작용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의 시사점

중국의 이 같은 대응이 성공할지 여부는 앞으로 관찰해보아야 하겠지만 우리 경제에 전략적 시사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26%나 되고 투자 의존도 역시 매우 높아서 중국의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고 리스크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중국은 경제•산업의 규모와 구조면에서 팽창과 변신을 거듭했지만 원부자재와 가공무역 위주인 한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국의 ‘쌍순환’ 전략은 한중 경제교류협력 모델이 고도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내수를 확대하고 개혁개방을 심화하게 될 중국의 또 한 번의 변신에 발맞추어 중국 내수시장에 더 깊숙이 진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흔히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얘기할 때 ‘탈(脫)중국’ 현상을 자주 지적한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동남아 등지로 대거 이전한다는 것인데 다른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산업이전은 대개 3차례에 걸쳐 진행돼 왔다. 제1차 이전은 일본과 독일로 향했고, 제2차는 한국과 대만, 제3차는 중국으로 향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중국의 특수성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흔히 중국에는 31개 성시별로 서로 다른 시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크게 보면 동부와 중부, 서부의 지역별 발전 단계가 상이하고 산업과 경제의 특성도 마치 서로 다른 국가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글로벌 환경과 중국의 변화에 따라 중국을 떠나 제3국으로 가는 기업도 있겠지만 동시에 중국 내부에서 이동하는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지역별 특성과 거대 내수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중국 내 대규모 산업이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진출 목적과 규모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현지 내수시장 진출 개척 목적인지 혹은 가공 목적인지에 따라 입지가 달라져야 한다. 한국은 동남아 등 특정 지역으로만 집중하기 보다는 산업별 혹은 업종별 특성 그리고 해외 진출 전략 내지는 목적에 따라 동남아 혹은 중국으로 위치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한진(KOTRA 중국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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