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는 언제나 트렌드가 반영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10~20대를 중심으로 자국 문화와 제품 소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궈차오(国潮, 애국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이 트렌드의 주 소비층은 이른바 Z세대인데, 이들은 2019년 기준 약 2억6,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14억 명)의 18.6%에 해당한다. 이런 ‘큰 손’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19가 애국 소비의 배경?
‘궈차오’는 중국 전통문화를 뜻하는 '궈(國)'와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를 합친 말로 '중국만의 것' '중국 스타일' 등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는 <중국 브랜드의 굴기와 애국마케팅> 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에 따른 중국 내 위기의식 고조와 자국산 제품 품질 개선, 중국 정부의 로컬 브랜드 강화 정책 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발표했다. 또한 궈차오 소비의 확산 배경에 대해 "궈차오 열기는 2018년부터 시작돼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19를 거치며 강력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대폭 상승한 중국 브랜드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및 인민일보 산하의 인민망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의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는 2009년 38%에서 2019년 70%로 상승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도 ‘저렴하다’에서 ‘가성비가 좋다’로 개선됐다.
중국의 전설적인 체조선수 리닝이 1990년 설립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은 복고풍 감성의 번자체 한자와 빨간색을 사용한 마케팅으로 2019년 매출이 전년 대비 32% 늘었다.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 창청자동차(长城汽车)는 중국에서 84개월 동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 온라인 매체 제몐에 따르면 창청자동차의 주식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180%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경기인 가운데 창청자동차 하발(HAVAL) H6 모델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현재까지 누계로 300만 대 이상 판매돼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국민 신차(神車)’로 불리고 있다. 창청자동차는 5월 와 티몰(Tmall)이 공동으로 진행한 ‘궈훠정당차오(國貨正当潮•국산이 트렌드)’ 애국 마케팅에 참여했는데, 자동차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창청자동차의 프리미엄 SUV인 WEY브랜드의 VV6 모델은 단 2시간여의 방송으로 7473대가 예약판매 됐다. 이날 방송으로 12억 위안(약 2,000억 원)의 경이로운 매출 기록을 세웠다.
창청자동차의 궈차오행사 참여(출처 : 바이두)
곤경에 빠진 화웨이를 구한 애국 소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회사인 화웨이(华为)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없어 해외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에 타격을 입었으며, 또한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추가 제재로 첨단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져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의 2020년 1~9월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9.9% 늘어난 6,713억 위안(약 114조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2020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인 13.1%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화웨이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출처 : 네이버)
이처럼 곤경에 빠진 화웨이를 구제하고자 애국 소비자들이 나섰다. 화웨이가 10월 22일 공개한 ‘메이트40’ 시리즈 스마트폰이 중국 온라인몰 징둥에서 사전판매가 진행됐다. 메이트 40은 판매가 시작된 지 28초 만에 매진됐다. 이는 미국의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2가 30초 만에 팔린 기록을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화웨이의 플래그십 매장 앞에 메이트40 구매 예약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덕분에 화웨이가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발표했다.
애국 심리를 자극하는 “궈차오 마케팅”
궈차오시대를 부른 중국 걸그룹 SING(출처 : 바이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펩시콜라가 진행한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도 눈길을 끈다. 펩시콜라는 중국의 언론사 인민일보와 협업해 한정판 콜라를 출시했다. 한정판 콜라는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제작됐었으며, 표면에 의료진, 배달 기사, 노동자, 봉사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와 같은 콜라보는 크게 화제가 됐고, 펩시콜라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감도가 더욱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인민일보 x 펩시콜라 콜라보 제품 (출처 : 바이두)
궈차오를 주제로 한 주제곡도 탄생했다. 2019년 5월 4일, 중국의 걸그룹 SING은 “国潮时代 궈차오시대”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는 인민일보와 쿠거우뮤직이 합동 추진한 홍보관 유유졘궈차오관(有间国潮馆)을 홍보하기 위한 주제곡이다. 요우졘궈차오관은 중국이 신중국 출범 70주년을 맞이해 개관한 창의 체험관으로, '中国造正当潮, 메이드인차이나가 트렌드' 를 주제로 한다. 이 홍보관은 베이징 싼리툰에 개관했고 국경절을 기념하는 젊고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았다. 궈차오를 주제로 한 아이돌 테마곡까지 공개되며, 애국 소비를 젊은 방식으로 홍보하기 위해 각종 매체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궈차오를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궈차오 소비로 인해 중국 내수 시장 확대와 대외무역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국제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작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수적 이기주의로 변질해 극단적 애국주의 성향을 띄게 될 경우, 국제관계와 세계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올바른 ‘애국 소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 아닐까. 중국의 ‘애국 소비’가 향후 국제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결과가 주목된다.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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