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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02] 작은마음동호회

[2021-01-30, 08:00:47] 상하이저널
윤이형(소설가) | 문학동네 | 2019.08.12
윤이형(소설가) | 문학동네 | 2019.08.12

소설을 읽기 시작하며, 난 무관심했고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회나 개최되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특히 그들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쏟은 노력과 그들만의 세계에서 겪고 있는 갈등을. 그리고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작은 마음들이 꿈꾸는 삶을.

윤이형 작가의 <작은마음동호회>는 11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시의성이 가득한 뜨거운 주제들-페미니즘(기혼/비혼여성 간의 갈등), 성폭력, 성 소수자들, 여성혐오 시각 등이 담겨있다. 

누군가에는 무관심·무지의 대상이고 누군가에는 불편할 수도 있는 약자와 소수자들이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나의 ‘당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떠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이자 첫 번째로 실린 <작은마음동호회>는 육아와 가사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기혼 여성들이 정치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작은마음동호회’라는 소모임을 만들고 그들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내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 편집장인 경희는 자신을 ‘남자 없이는 살지 못하는 친구’로 오해했던 옛 친구 서빈을 만나 그동안 오해를 풀지는 못했지만 같은 동호회의 일원이 되는 것에 희망을 품는다. 작가는 점점 작아지던 마음들이 또 다른 작은 마음을 만나 오해와 갈등을 풀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작지만 꿈이 있는 ‘작은마음동호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큰 지지를 보낸다.

작은 마음들의 이야기-「승혜와 미오」, 「마흔셋」, 「피클」, 「이웃의 선한 사람」, 「하줄라프 1 • 2」, 「님프들」,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 「수아」는 다양한 현실 상황과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난 소설을 읽으며,  두렵기도 했다. 행복은 근접성이 강할수록 크게 느껴진다는데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에서는 그 근접성이 무겁게 다가와 두려웠다. 난 그들의 삶의 의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라면?’, ‘나의 가족이라면?’, ‘나의 직장동료라면?’ 등의 의문을 스스로 던지며 고민하고 있기에. 다만 이 고민이 그들을 지지하는 강한 시작이 될 수도, 등 돌리지 않을 굳건한 믿음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실린 '역사'는 상상의 공간에서 이 세상의 소수자가 겪는 폭력의 잔인함을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 그 잔인함 속에서 소수자들은 ‘침묵의 강’에서 죽고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그 강물 속에서 그들은 우레 같은 노래로 함께 하고 있었다. 작가는 작은 마음이 함께 하는 강한 믿음의 연대는 폭력 속에서도 끝이 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은마음동호회>를 시작에, '역사'를 마지막에 실었는지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수자들이 모여 외면적·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편견 및 폭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작은 마음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들이 있었다. 그 단어들을 통해 내 생각을 표현해보고 싶고 작가의 생각도 들여다보며 책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다름, 다양성’- 다채롭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의 소지가 된다.
  ‘인정, 공감, 수용, 포용, 대화’- 다름, 다양성이 존중되는 기본 바탕이 되고 함께하는 사회의 단단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지지, 연대, 용기’ - 소수자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세상을 펼칠 수 있는 힘이 된다.
  ‘힘’- 다수자와 싸우는 역사에서 만들어진 ‘작은 마음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그 믿음이 끊기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에서
우리가 함께하다 이젠 함께가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을 슬프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같은 꿈을 꾸었던 것이 그렇게 행복했고 실은 같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 그토록 아프기만 하다면, 우리는 우리와 닮지 않은 사람들과 결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말을 할 때마다 상처가 생기지만 그래도 말을 건넨다. 화해나 행복이나 위로를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우리가 왜 함께할 수 없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 우리가 서로의 어떤 부분에 무지했고 어떤 실수들을 했는지, 어떻게 해야 같은 오해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부끄럽게 적어두고 오래 기억하고 싶다. 함께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우리가 마지막이 아닐 테니까.

형은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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