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집을 사기 위해 친구의 아내와 위장 결혼 후 이혼했던 남성이 돌연사했다. 그렇다면 남겨진 막대한 주택담보대출금은 누가 물어야 할까?
최근 상하이시 민항구 인민법원은 해당 사건의 재판을 진행하며 '위장결혼, 위장이혼'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씨는 상하이에 집을 사고 싶었지만, 부동산 구매 자격 미달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구매 대상 자격이 되지 않았던 것.
친구 천씨에게 고충을 털어놓던 중 천씨의 아내 왕씨가 5년 이상 사회보장세를 납부해서 주택 구매 자격이 되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씨는 친구에게 한가지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다. 천씨에게 '위장이혼'을 한 뒤 아내 왕씨와 본인이 '위장결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천씨가 '위장결혼' 후 부동산을 구매하고 나면 다시 '이혼'을 해서 아내를 천씨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것.
천씨는 이 터무니없는 제안에 동의해 아내와 '위장이혼'을 감행했다. 황씨는 법률상 왕씨와 부부가 되었고, 2017년 3월 황씨는 은행에서 981만 위안(16억8200만원)의 개인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상하이에 집을 한 채 샀다. 주택은 황씨와 왕씨의 공동 명의였기에 저당권자도 서류상으로는 공동 책임이었다. 하지만 대출금은 황씨가 꼬박 꼬박 갚아 나갔다.
2018년 7월 황씨와 왕씨는 협의 이혼을 했고, 약속대로 구입한 부동산은 황씨 소유로 돌렸다.
하지만 2019년 12월 황씨는 돌연 사망했다. 이후 주택 담보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한 은행은 2020년 1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황씨의 전 부인인 왕씨가 제1 피고가 되었다.
황씨의 유산 상속자인 원래 부인인 겅씨도 피고 중 한명으로 지목됐다. 겅씨는 왕씨의 모든 진술에 동의하고 부동산 경매를 통해 채무를 상환할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법원은 관련 사실과 양측의 증거를 검토 후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1. '위장 결혼'이라도 혼인기간 동안 부부 공동 채무 의무가 있는가? YES!
- '가짜 부부'라 하더라도 '결혼은 진짜'이기 때문에 공동 채무를 져야 한다. 부동산대출이 황씨와 왕씨의 혼인 기간에 발생한 것이므로 법률상 채권자(은행)는 부부 공동 부채로 처리한다.
2. 공증된 협의이혼서에서 공동채무를 한 사람이 부담한다고 약정하면 다른 상대방은 채무상환의 책임에서 벗어나는가? NO!
- 협의이혼 부부 공동 채무 이행 약정에 관해서는 비록 공증을 거쳤다 해도 채권자(은행)의 동의 없이 채무자를 바꿀 수 없다. 황씨와 왕씨의 이혼 협의서에는 황씨가 채무 상환의무를 진다고 약정했지만, 채권자(은행)의 확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는 여전히 부부 공동 책임을 주장, 왕씨에게 권리를 행세할 수 있다.
3. 채권자(은행)가 주택 담보설정자를 황씨로 변경하는데 동의하면 왕씨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는 포기될 수 있는가? NO!
저당담보 관계와 채권채무 관계의 법률적 해석은 다르다. 즉 채권자가 담보설정자를 황씨로 변경하는데 동의하는 것은 채권자의 왕씨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상 은행에서 담보설정자 변경 동의 문서는 다만 주택권리인 등기 변경에 협조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에 법원은 "결혼은 신성한 것인데, '부부 관계'라는 껍데기를 빌려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는 것은 우매한 자가 스스로의 우매함에 넘어가는 것"이라는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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