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프랜차이즈 빙수업체 '설빙'이 중국 업체와의 상표권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중국의 '설빙원소(雪冰元素)'라는 업체는 설빙의 로고와 인기 메뉴까지 베껴 운영하고 있었다. 다행히 중국의 상표평심위원회에서는 설빙원소의 상표권을 무효화 했고, 이를 계기로 설빙은 중국 진출을 시도할 계획이라 알려왔다. 빈번하게 들려오는 중국의 상표 표절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중국의 상표법은?
중국에도 분명 상표법이 있다. 1982년에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상표법(中华人民共和国商标法)>을 통과시켰는데 이것이 중국 최초의 상표법이다. 그 후 4차례의 개정을 거쳤고 가장 최근인 4차 개정법이 2019년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돼 같은 해 11월 1일부터 정식 시행하게 됐다.
중국 상표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원인이 상표의 사용을 하고 있는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등록하는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선출원주의를 함께 채택하고 있다. 만약 서로 다른 상표출원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하루라도 먼저 출원한 쪽에게만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동일한 날에 접수된 상표출원이라면 한국의 상표법과 달리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에게 상표출원에 대한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산자이(山寨)
오레오 과자와 매우 흡사한 중국의 ‘산짜이’ 식품 (출처: 美篇)
문제는 중국인들의 인식에 있다. 상표를 무단표절한 짝퉁 상품이 해외로 다량 수출되며 이것이 중국 내에서 일종의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그로 인해 산자이(山寨) 제품이라 불리는 이른바 불법 복제품(소위 짝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중국 내에서 상표권이 침해되면 속지주의 원칙을 따라 대부분 중국 내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 내 지방정부의 경우 소송에서 종종 지역보호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 또한 문제이다. 중국 일부 지역,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는 이러한 지역 보호주의 성향이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중앙정부에서 이를 금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지역보호주의가 상표권 보호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정관장 vs 정한장, 누가 진짜?
정관장의 제품과 정한장의 표절 제품(출처: 바이두)
한국의 유명 브랜드 ‘정관장’은 자사의 판매제품과 유사한 포장인 제품이 중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당 제품이 자사의 상표와 유사한 ‘정한장’이라는 상표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상하이 푸동 신구 인민법원(上海市浦東新區人民法院)에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한장 측은 산삼을 전달하는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림을 침해하여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그림을 사용한 것이지 이것을 상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2012년 상하이 푸동 법원은 정한장의 제품이 ‘정관장’의 내용물과 거의 동일하며, 포장 역시 ‘정관장’의 신선이 인삼을 가져다주는 형상을 한 도형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했음을 인정했다. 그로 인해 정관장은 상표권 침해 분야에서는 완승하게 되었고 손해배상금 20만 위안과 해당 제품을 판매 중지시켰다.
KBS도상표 표절?
물건만 상표표절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공영방송국 KBS 또한 이런 분쟁을 겪었다. 2004년 중국의 광고회사인 심천 카이비쓰는 KBS란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하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KBS 지적재산권부는, 2008년 중국상표국에 심천 카이비쓰의 상표등록을 허가하지 말아 달라는 이의신청을 냈으나 2011년에 기각당했다. KBS는 이에 불복하여 중국 상표분쟁을 총괄하는 상표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제기했고 중국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산하 상표심판위원회로부터 'KBS의 중국 내 높은 지명도와 영향력으로 볼 때 독자적 상표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답변과 중국상표국에 자국 업체가 출원한 KBS 상표등록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중국 상표권 침해 구제, 법원보다 손쉬운 행정기관
중국 상표 제도의 긍정적인 점은 상표권 침해 구제를 법원뿐 아니라 행정기관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상표침해를 당했다면 인민법원에 제소하거나 공상행정관리국(国家工商行政管理局)에 청구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을 할 수 있다. 보통은 절차가 간단하고, 소요 시간이 짧아서 시간 절약이 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행정기관에 의한 상표침해의 구제를 시도한다. 그 후 결과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재차 인민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기관에 의한 상표권침해 구제는 상표권자에게 유리한 제도일 뿐 아니라, 상표침해소송의 수를 줄여 법원의 부담을 덜기도 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중국에서 대부분의 상표침해사건은 행정구제 절차를 통해 마무리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처리해오던 공상행정관리국에서 사건을 처리한 건수에 따라 직원들에게 실시하던 성과제도를 폐지하였고, 그에 따라 관리국 직원들이 이전에는 상표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권리자의 신고가 없어도 먼저 조사하여 기업체에 제보하던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네 차례나 상표법을 개정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은 결코 상표권에 관심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상표 침해로 인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다른 묘안을 내야 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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