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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Healing 음식

[2021-09-09, 13:40:04] 상하이저널
코로나19로 한국에 있는 두 아이를 못 본지가 1년 8개월이 되어 간다. 양가 부모님을 못 뵌 지도 그렇게 되었다. 엊그제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토마토스튜를 끓였다. 모두 둘째를 떠올렸다. 큰아이는 엄마표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직접 만들어 잘 익힌 김치를 적당히 썰어 두부와 함께 먼저 보글보글 끓여 적당히 익으면 삼겹살 넣어 다시 잘 끓여 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다. 방학 때 집에 올 때면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첫 날 먹고 다음날은 또 좋아하는 쪽갈비오븐구이를 해준다. 

막내는 연어초밥을 좋아한다. 회이다 보니 밖에서 먹는 것도 찝찝하고 양도 푸짐하지 않아 막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연어회와 초밥을 넉넉히 준비해 준다. 

주부면서 오랜 기간 일을 하던 지인은 도시락을 극도로 싫어한다. 간단한 국과 밑반찬 몇 개라도 우리집 집밥을 그렇게 좋아해 주었다. 음식이 사람을 힐링해 줄 수 있음을 그 때 알았다. 하교하는 학교 버스 안에서 가끔 막내의 문자가 날라 온다. 

‘오늘 저녁은 뭐야?’

‘감자, 고구마밥에 반찬들….’

감자, 고구마밥을 좋아하는지라 오케이라는 답신이 온다. 충무김밥과 엄마가 만든 석박지, 오징어무침이라고 답을 하는 날이면 ‘배가 많이 안고프네’라는 답장이 온다. 남편과 아이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다 보니 남편은 좋아하고 막내가 싫어하는 카레라이스는 막내가 야간 자율 학습 날이면 먹는 우리 집 정기 식단이 되었다. 

정작 나의 힐링 음식은 단순하다. 한국에서는 남작이라 불리는 분이 많은 보슬보슬한 감자를 찜통에 잘 쪄낸 감자가 주인공이다.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날짜가 결정되면 나의 친정어머니는 내가 우리 아이들의 취향 음식을 기억하고 준비하듯 가장 먼저 남작 한 박스를 집에 들여 놓으신다. 친정에 들르는 날짜가 결정되면 적당히 쪄내어 구운 듯한 보슬보슬 감자가 준비되어 있고 인사를 마치자 마자 개눈 감추듯 4-5개를 해치운다. 긴 여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맛이다. 중국에서 아무리 비슷한 감자를 사서 쪄 내더라도 이런 맛을 흉내 낼 순 없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육식을 즐기지 않는 남편의 힐링 음식은 다양하다. 어머님이 자주 해 주셔서인지 잡채도 좋아하고 갈치조림도 좋아하고 쌈 자체를 즐기기도 해서 어깨가 쳐진 남편을 위한 음식 준비는 까다롭지 않아 다행이다. 

모두가 즐거운 음식도 있다. 월남쌈과 직접 빚은 만두가 주인공이다. 아이들 체험학습이면 항상 등장하는 계란지단과 오이와 게맛살만 넣은 단촐한 김밥도 이젠 우리집 시스니처김밥이 되었다. 시금치를 넣으면 쉽게 상해 김밥에 오이만 고집하던 친정엄마의 맛 그대로 김밥을 만들고 있는 날 보게 된다. 계란 지단만 부쳐 지단으로 김밥을 한 번 더 말아 지단말이 김밥을 만들고 있는 날 보게 된다. 나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이젠 나의 아들 딸들이 자라 20대에 들어섰다. 개강 전 한국의 두 아이가 함께 발품을 팔아 연어를 구해 자기들끼리 연어회도 먹고 초밥도 만들어 먹고 삼계탕도 만들어 먹으며 영상통화를 했다. 어느덧 스스로 힐링음식을 만들어 먹고 만들어 대접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감자와 고구마를 택배로 구매해 보내주었더니 찜기에 잘 쪄서 먹는다. 엄마의 힐링 음식인 줄 아는지라 먹으며 내 생각이 났는지 영상통화를 하자고 한다. 누군가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는 건 그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이 된 듯 하다. 주인이 감자를 좋아해서인지 우리집 강아지도 감자 익는 냄새만 나면 달라고 힐링음식인 양 졸졸 따라다닌다.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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