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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가을爱

[2021-12-02, 15:39:16] 상하이저널

 

좋다. 이쁘다. 쓰난루(思南路) 가을의 정취 속을 걸어가는 내내 눈에만 담아두자는 다짐을 뒤엎고 사진을 찍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 상하이에 온 첫해 파스텔톤의 나뭇잎들이 흐지부지 마르고 바스러져 버리는 가을에 실망하고 코끝 쨍하게 시린 한국의 가을을 그리워하다 그나마 춥지 않은 계절이라 고맙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 가을이 왜 아름답지 않았을까? 15년이 넘게 다닌 성당 뒷길을 덕수궁 돌담길 걷듯 사뿐히 걸어본다. 이제 아이들이 커서 홀가분해진 덕도 있다. 길 끝을 돌아가니 번화가가 나와 쇼핑도 하고 필요했던 가방도 득템했다. 다리가 아파질 무렵 지난여름 ‘공감’에서 탐방했던 낯익은 곳이 나왔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지도에서 보았던 표지판을 보며 조금 헤매다가 71번 무궤도열차에 올랐다.

 

  

저번에는 와이탄 야경을 구경하러 가자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가는 길을 공부해두었다가 날이 좋은 날 단출하게 외출했다. 아이의 주문에 맞춰 사진을 찍어주고 오랜만에 야경의 분위기에 젖어있는데, 바로 옆에 휠체어를 타신 아주머니들이 보호자 없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황푸강변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언뜻 보니 브레이크도 있고 일반 휠체어에서 업그레이드된 스포티한 기종인 듯했다. 일반인들에 비한다면 산을 종주하거나 자전거 일주 등과 맞먹는 어려움을 딛고 도착한 목적지였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 덩달아 큰 환희와 힘이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온 나도 망설이다 나온 길인데, 도로를 자신의 힘으로 달려 도착한 기쁨을 어디에 비할까? 성취감에 젖어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있는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상해의 지하철, 버스는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낮은 차체로 교체됐다. 그렇지만 길가를 지나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본 적이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어르신들은 더러 있어도 젊은이나 아이들은 본 적이 없다. 중국의 장애인 수가 8500만 명이 넘는다던데, 상해에 거주하는 많은 장애인은 날로 발전하고 쾌적해지는 이 넓고 좋은 문화를 누리지 못하고 어디에 있는 것인지…. 요즘 큰 건물들은 웬만하면 계단 말고도 옆에 휠체어나 유모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어놓았다. 그런데도 아직 그 좋은 문물은 무용지물인 것 같다.  

 

 
1997년 미국의 한 유명한 대학에 어학연수를 갔었다. 그 동네는 넓게 펼쳐진 평지에 옥수수를 생산하는 것 외에 서울의 서대문구보다 크다는 규모의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동네였기에 대학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심이 대단했다. 그때 놀란 것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에 탈 때면 버스의 차체가 낮아지며 모두가 기다려주어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느긋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건물이나 계단 옆에 휠체어 경사로가 있어 장애인이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어학연수 선생님 중에도 멋진 체격과 용모의 소유자로 휠체어를 탄 선생님이 계셨는데, 학생들을 가르치고 가장 미인으로 꼽히는 선생님과 연애하는 사실이 그 시절 처음 미국 땅을 밟아본 나에게 엄청난 일이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건물에 휠체어 진입로를 찾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시내에 알만한 건물, 관공서를 가봐도 네모 반듯반듯한 계단만 있을 뿐이었다. 지하철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전용 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뉴스를 간혹 접하곤 한다. 또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에게 물리적 상해를 당할 가능성이 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장애인 자가용을 이용하며 대학 수업을 받으면서도 건물로 진입할 수 없어 수강할 수 없는 과목이 있다는 장애인의 고충을 들은 적 있다.


날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국가에 축척되는 부가 가정의 힘으로 다 감싸 안을 수 없는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고,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공간을 모두가 다 같이 누릴 수 있길 바라 본다.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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