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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24] 최은묵 시집 <괜찮아>

[2021-12-11, 04:45:15] 상하이저널
최은묵 | 푸른사상 | 2014.07.24
최은묵 | 푸른사상 | 2014.07.2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내 안에 있는 이여...(이하 중략)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中

위 인용구들은 많은 사람이 즐겨 SNS에 올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긍정의 힘을 나누는 시의 조각들이다. 서정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있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시는 보통 독자와의 소통 여부를 기준으로 할 때 쉬운 시와 어려운 시로 나뉘기도 하는데, 다음은 후자에 속하는 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김행숙 <다정함의 세계> 中  

아 시는 '다정함'이라는 구체적인 느낌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지만, 언어는 관념적이다. 이러한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시는 공감의 폭은 좁아지는 반면 상상력의 그것은 넓어지는 듯하다. 막막함을 메우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최은묵 시인의 <괜찮아>라는 시집은 친숙하거나 낯선 그 경계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다. 때로 가만히 만져주기도 하고 어느 땐 곱씹고 되뇔 때 그 맛을 알 수 있는 시들을, 넓은 스펙트럼으로 품고 있다. 
 
시인은 공학을 전공하고 속칭 '라인' 없이 자기만의 세계를 이룬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엘리트주의나 포퓰리즘적인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고 자유로우며 순수하고 맑다. 또한 파격적이기도 하고 은근하기도 하다. 

제가 이해하는 한 시인 자신도 그러한데, 그의 시는 개인사나 사적 감정에 더해 사회, 국가와 세계의 정면, 이면을 보며 고민하는 동시에, 신성하고 숭고한 세계의 존재성을 끊임없이 환기하고 암시하는 시의 사명에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랜 시간 삭이고 풀어낸 진정성 있는 언어로 "괜찮아"하며 쓰다듬는 시의 위로를 깊이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다. 

어미 소가 갓 태어난 송아지를 연신 혀로 핥는다

제 몸 가장 부드러운 살로
말을 하는 중이다
-최은묵 <엄마의 말> 전문    

김진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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